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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기 Jun 27. 2023

(51) 4G '유심→나노심', "3G 잘라쓰겠다"

12부. 4세대 이동통신(4G) 시대 개막

4G LTE 시대가 열리자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는 발 빠르게 대응했다. 주력 제품들을 LTE 전용 모델로 포진시키는 한편, 포트폴리오 확장에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다만, 국내와 다르게 글로벌 시장은 여전히 3G 천하였으며, 아직까지는 LTE 걸음마 단계였다. 개도국의 경우 2G를 넘어 이제 막 3G에 진입한 곳도 있었다. 삼성전자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가 국내서 LTE 모델로 풀렸으나 북미 시장에서는 3G 모델로 판매된 것만 살펴봐도 이같은 국내외 다른 상황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이통3사의 초기 LTE 요금제는 3G 대비 당연히 비쌌다. 하지만 LTE 요금제가 3G 요금제를 흉내낼 수 없는 절대적인 조건이 있었다. 바로 '무제한'이다. 3G 요금제에는 무제한이 있었으나, LTE 요금제는 무제한이 제외됐다. 게다가 LTE는 초기 상황이라 전국망 커버리지가 완성되지 않은 때 였다. 그러다보니 LTE 스마트폰을 구매했더라도 여전히 3G가 잡히는 지방이 더러 있었다. 그러다보니 빠른 세대 전환을 요구하는 고객도 있었지만 기존대로 3G를 고수하려는 고객도 상당했다. 


하지만 이통사와 제조사는 이같은 소비자 선택권을 가로 막았다. 스펙이 뛰어난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모두 LTE용으로 유통했다. 이통사도 LTE폰은 LTE요금제로만 가입할 수 있도록 수를 썼다. 


물론 우리나라 고객들은 영리했다. 북미 시장 등 해외 유통경로를 통해 3G용으로 풀린 갤럭시노트를 구매대행으로 가져와 기존 3G 유심을 그대로 사용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막아보려 했으나 막을 수 없는 상황. 문제는 이러한 사용사례가 얼리어답터를 중심으로 소위 IT에 대해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고객 사이에서 유행했다는 점이었다. 


스마트폰 유심 USIM


이같은 니즈를 시장에 적용한 이통사가 다름아닌 KT다. KT는 2G 종료가 지연됨에 따라 타사와 달리 LTE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2011년 12월 8일 LTE 상용화 시점으로 계획했으나 이 마저도 무산되면서 KT는 이미 공급받은 물량 소진뿐만 아니라 가입자 해지 방어를 위해 LTE폰의 3G 요금제 가입을 1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이후 KT는 약속대로 2012년 1월 20일 LTE폰의 3G 요금제 가입을 종료하는 대신 LTE폰에 유심 이동을 통한 3G 요금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열어줬다. 


이에 따른 영향으로 SK텔레콤도 3월부터 이같은 유심 이동을 허용했다. LG유플러스는 통신규격상 유심 자체(2G)가 없었기에 이같은 정책에서는 제외됐다. 


SK텔레콤과 KT가 LTE폰 3G유심이동을 허용하기는 했으나 실제로 이같은 정책의 수혜를 일반 고객이 받기는 어려웠다. 현재야 자급제가 활성화돼 있으나 당시만 하더라도 이통사 대리점이나 판매점을 통해서 단말을 구매하는게 보통이었다. 즉 3G 유심이동이 가능하려면 자급제 LTE 스마트폰이 있어야 하는데 국내서 자급제폰 자체를 구매하기 힘들었다. 대안은 자급제폰을 얻기 위해 일부 제한된 오프라인 매장을 찾거나, 이미 구매한 LTE 스마트폰에 대한 이통사 계약이 해지되서 공기계로 바뀌었거나, 아니면 해외구매대행이었다. 


게다가 LTE 초기에는 같은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이통사별로 네트워크 인프라에 맞춰 달리 제작돼 유통됐기 때문에 가입하고자 하는 이통사, 소위 'SKT향', 'KT향' 제품을 찾아야 했다. 하드웨어 제약에 따라 SKT향 제품을 구매하면 KT에서 개통하더라도 어떤 단말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도 했다. 


바야흐로 LTE 전국망이 완성된 2012년말 애플의 첫 LTE 아이폰인 '아이폰5'가 출시됐다. LTE 지원으로 인해서 차일피일 미뤄지다 12월이 되서야 국내 모습을 드러냈다. 


이 때 역시도 LTE 전국망이 완성됐지만 3G 무제한 요금제를 향한 열망이 수그러들지 않았다. 아이폰5도 타 제품과 마찬가지로 이통사에서 구매할 경우 LTE 요금제만 가입이 가능했다. 일부 고객 사이에서는 해외구매대행 또는 해외 애플스토어, 지인 등을 통해 언락폰을 가져와 유심 이동을 시도하기도 했다.


당시 제공한 나노심 


문제는 애플이 아이폰5에서 유심 규격을 바꾼데 있다. 당시 3G폰과 초기 LTE폰의 유심은 마이크로심으로 동일했으나 애플은 아이폰5부터 이보다 더 작은 나노심을 채택했다. 나노심은 마이크로심 대비 사이즈가 작기 때문에 유심 이동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물론 우리나라 고객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3G로 개통된 마이크로심을 잘라 나노심 사이즈로 개조하기 시작했다. 만약 실패한다면 다시 유심을 구입하고 개통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선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사례가 인터넷 상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그 정도가 어느 수준이었냐면, 나중에 나노심 틀을 만들어 누구나 마이크로심을 자를 수 있도록 규격화했다. 이로 인해 아이폰5가 3G 무제한 데이터를 쓰는 스마트폰으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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