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부. 4세대 이동통신(4G) 시대 개막
2011년말 4세대통신(4G) 롱텀에볼루션(LTE)을 통해 이통3사는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핵심 서비스 발굴에 힘썼다.
초기 LTE는 기존 3G 대비 데이터 속도가 획기적으로 향상되면서, 일상을 빠르게 변화시켜갔다. 앞선 세대인 3G의 경우 이론상 최대 낼 수 있는 다운로드 속도는 14.4Mbps 정도였으나 LTE는 이보다 5배 빠른 75Mbps 속도 구현이 가능했다. 업로드 속도도 36Mbps로 향상됐다.
이론상이기는 했으나 이같은 속도는 1.4GB 영화 1편을 내려받을 때 2분, 400MB의 MP3 100곡을 다운로드 받을때는 40초면 충분할 정도로 빨랐다. 3G의 경우 영화를 받으려면 15분, MP3 100곡은 5분이 소요됐으니 그 간극이 실로 대단했다.
단지 숫자의 차이라고 치부할 수 있겠으나 5배라는 점은 무한한 성장성을 예고했다. 이통사에게는 새로운 수익창출의 기회를, 제조사에게는 스마트폰 진화의 동기를, 소비자에게는 실생활의 패턴 변화가 야기됐다. 대체적으로 고객과의 소통 측면에서는 음성이 영상으로 대체될 수 있었으며, 네트워크 측면에서도 음성에서 데이터로의 전환을 이끌었다. 콘텐츠는 텍스트에서 이미지와 영상을 대체될 수 있었다. 좀 더 고품질 대용량 서비스가 가능해진 시기였다.
그렇다면 시장에서는 이같은 속도를 통해 기존과 다른 혁신적인 서비스가 필요했다. 이통3사가 초기 LTE 시기 때 고안해낸 아이디어는 ▲개인방송 ▲N스크린 ▲개인용 클라우드 ▲LTE 네트워크 게임 등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서비스가 대중화될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했으나 이때부터 확실한 태동기였음은 분명하다.
이통3사의 전략에 고객은 즉시 화답했다. LTE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국내서 LTE가 상용화된 시기는 2011년 7월 1일이지만 실제 LTE 스마트폰이 출시된 때는 2011년 9월 28일. 급격한 가입자 증가세도 이때부터다. KT가 2G 종료로 인해 발목이 잡혀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초기 시장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2파전 양상으로 치열하게 전개됐다. 1위를 지키려는 SK텔레콤과 3위 사업자에서 반전을 노렸던 LG유플러스의 공세는 모든 걸 걸만큼 달아올랐다. 초기 단말 공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기는 했으나 안정화 시기를 거쳐 일일 개통량만 각각 1만대를 훌쩍 넘기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LG유플러스는 LTE 스마트폰 출시 20일만에 가입자 5만명을 확보한 이후 2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20만명을 돌파했다. SK텔레콤 역시 비슷한 시기에 5만명을 돌파해 1개월만에 10만명을 확보했다. 총 LTE 가입자 50만명이 돌파한 시기는 LTE폰 출시 이후 77일만인 11월 18일이다.1)
이러한 증가세는 이통사의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결과였다. 당초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전망한 연말 LTE 가입자는 각각 50만명 수준이었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더 높은 고객 유치에 성공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2011년 12월 19일 국내 LTE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2)
LTE 가입자 100만명 돌파는 LTE 스마트폰이 출시된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기였다. 게다가 2012년 1월 3일 KT가 LTE 시장에 뛰어 들면서 안그래도 빠른 가입자 증가 속도를 더 가속화시켰다. 100만명을 넘긴지 2개월도 되지 않아 200만명 돌파에 성공했다.3)
이통3사는 LTE 가입자의 급격한 증가에 발맞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조기 전국망 구축을 발표했다. 발 빠르게 움직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LTE 상용화 9개월만에 전국망을 구축했다. 그로부터 6개월후인 2012년 8월 31일 무려 LTE 가입자 1000만명이라는 기염을 토했다.4) LTE를 상용화한지 이제 막 14개월을 넘긴 때였다.
그 어떤 세대보다도 빨랐던 LTE 가입자수는 2017년말 한국의 인구수에 부합하는 5천만명을 훨씬 웃돌았다. LTE 상용화 후 6년 4개월만에 달성한 숫자였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소비는 이통사가 대부분을 전담했다. 유무선 네트워크망은 물론 과금과 결제 등의 플랫폼을 통제하는 형태였다. 예를 들어 게임의 경우 이통사의 결제 시스템 등이 결합돼 유통됐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기류는 와해됐다. 특히 애플 아이폰 쇼크는 한국 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앱스토어라는 새로운 콘텐츠 유통 채널이 생기면서 이통사를 거치지 않고 콘텐츠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장이 열렸다.
이통3사는 대안이 필요했다. SK텔레콤은 플랫폼 전문기업으로 SK플래닛을 분사시키고 앱마켓인 T스토어를 오픈했다. KT도 올레마켓을, LG유플러스도 U+스토어를 개장했다. 각각의 이통사는 앱 개발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각 장터를 키우기 위한 킬러앱 육성에 힘썼다. 제조사 역시 이 대열에 동참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각각의 앱마켓을 신설했다.
유통 채널이 다변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애플리케이션 시장의 써드파티(3rd Party)의 활성화가 진행됐다. 누구나 웹앱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1인 또는 소규모 창업붐이 일게 됐다. 스마트폰에서 앱만 내려받으면 누구나 쓸 수 있었기에 접근성 또한 높았다.
특히 LTE의 도입은 이러한 상황을 가속화시켰다. 양적으로 불어나는 애플리케이션은 LTE를 만나 질적인 성장을 이뤘다. 더 많은 용량을 한꺼번에 전송시킬 수 있다는 점은 좀 더 세련되고 고품질의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
이를 통해 쌍방향 뉴미디어의 발전, 영상 기반의 소셜 서비스, 모바일 네트워크 게임, 클라우드 서비스의 진화가 지속됐다.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은 미디어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때마침 이통3사는 영상 서비스에 집중했다.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N스크린' 서비스가 부상했다.
초기 LTE 시기에 이통3사가 주목했던 영상 서비스로 실시간 개인방송을 꼽을 수 있다. 이제는 라이브가 대세가 됐지만 이 때만 하더라도 새로운 서비스였다. 물론 개인방송은 3G에서도 가능했으나 LTE를 만나면서 끊김없는 고품질 영상을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도 촬영 가능한 시대가 열렸다.
이통3사는 N스크린을 위해서 별도 서비스를 신설하기도 했다. N스크린은 말 그대로 여러 스크린에서 하나의 콘텐츠를 공유해 시청할 수 있는 형태다. 초기 N스크린은 웹과 모바일, TV간 연결돼 '3-스크린'으로 불리기도 했다.
SK텔레콤은 '호핀', KT는 '올레TV 나우', LG유플러스는 '슛앤플레이'를 N스크린 서비스로 신설했다.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로 초기 LTE 붐업을 위해 꽤 공을 들였다. 사실상 현재의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를 지칭하는 OTT 플랫폼이다. 안타깝게도 이 모든 서비스는 결국 사장됐다.
이통3사는 모바일 네크워크 게임에도 주목했다. 속도가 빨라지니 다자간 연결을 통해 서로가 실시간으로 같은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대표적인 게임으로 CCR의 '포트리스2 RED', JCE '프리스타일2 애니웨어'가 꼽혔다. 포트리스2 RED는 스마트폰간 대전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PC간 실시간 대전이 가능했다. 프리스타일2 애니웨어는 온라인과 동일한 방식인 3:3, 5:5 단체 게임은 아니더라도 1:1 대전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초기 LTE 시장에서는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 클라우드'도 중심에 섰다. SK플래닛은 'T클라우드'를 , KT는 '유클라우드', LG유플러스는 'U+BOX'를 론칭했다. 각각의 클라우드는 N스크린 서비스와 연동시키기도 했다. 포털업체들도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네이버는 'N클라우드', 카카오(당시 다음)는 '다음클라우드'를 론칭했다. 제조사들도 서드파티의 클라우드와 협업 또는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 역시 현재 개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백업 역할을 톡톡히 하는데까지 나아가기는 했으나 이통3사의 성공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영향이 미미했다.
1) 강은성 기자, '무서운 상승세'…LTE, 가입자 50만 돌파, 아이뉴스24, 2011.11.18.
2) 채수웅 기자, LTE 가입자 100만 돌파…대중화 시대 진입, 디지털데일리, 2011.12.19.
3) 류지영 기자, LTE폰 200만명 시대 4개월만에 초고속 성장, 서울신문, 2012. 2. 9.
4) 채수웅 기자, LTE 가입자 14개월만에 1000만 돌파, 디지털데일리, 2012. 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