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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기 Jun 21. 2023

(48) KT, 2G종료 삼고초려...LTE 고개넘기

12부. 4세대 이동통신(4G) 시대 개막

4세대통신(4G) LTE를 상용화하기 위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있었지만 KT는 없었다. 바로 가용 주파수. 주파수 여유분이 없는 KT가 LTE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결과적으로 기존에 쓰고 있던 대역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다. 유력 대역은 2G를 서비스하고 있는 1.8GHz 주파수. 즉, 2G 종료가 불가피했다. 


물론 주파수 경매를 통해 신규 대역을 확보하는 방안도 있으나, 문제는 경매가 언제 열릴지 알 수가 없다는 것. 경쟁사가 LTE 서비스를 운영하는 동안 KT는 바라만 봐야 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LTE 상용화 축포를 쏜 2011년 7월 1일. KT는 반대로 눈물을 삼켜야 했다. 


앞서 KT는 같은해 4월 19일 방송통신위원회에 2G 서비스 종료 신청서와 이용자 보호 대책을 제출한 상태였다.1) 신청서 내용은 6월 30일 2G 서비스를 종료하고, 경쟁사와 함께 LTE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한편, 불편을 겪은 KT 2G 고객에게는 그에 따른 혜택을 주겠다고 요약할 수 있다. 


KT가 2G 서비스를 종료하기 위해서는 전기통신사업법 제19조에 따라 방통위로부터 기간통신사업 폐지승인을 받아야 한다. 절차대로라면 KT는 방통위에 2G 종료 승인 신청부터 해야 한다. 2G 종료 계획에 대해 승인을 받게 되면 이용자 보호조치 등 완료 신고를 하고 방통위가 최종적으로 서비스 중단 승인을 내리면 KT가 실제 2G 종료를 실행에 옮길 수 있다. 


KT 요청에 따라 방통위는 법률과 통신 등 전문가와 소비사단체 등 자문단을 구성해 2차례에 걸쳐 의겸수렴에 나섰다. 6월 24일 전체회의를 개최한 방통위는 각고의 고민 끝에 KT의 2G 서비스 폐지를 유보한다고 의결했다.2) 5월말 기준 81만명의 2G 서비스 가입자가 있었기 때문에 그에 따른 피해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폐지 통지기간도 짧았기 때문에 고객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는게 설득력을 얻었다. 즉, KT의 2G 종료는 사업자의 편의를 위함일뿐 고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이같은 방통위의 판단에 결국 KT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7월 1일 LTE 첫 전파를 쏠 때 함께하지 못했다. 


이석채 전 KT 회장 [사진=KT]

절치부심 KT


LTE 첫 상용화 기회를 놓친 KT는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방통위에 7월 25일 2G 서비스 폐지 승인을 신청했다.3)


7월 기준 2G 서비스 가입자는 약 42만명. 첫 신청 때 대비 2배 가량이 줄었다. KT는 내심 종료 시점으로 LTE 스마트폰이 출시될 예정이었던 9월 30일로 가닥을 잡았다. KT 입장에서는 늦었지만 경쟁사와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었다. 


2G 종료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KT는 주파수 경매를 통해 또 한번 고배를 마시면서 LTE 사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1.8GHz 주파수 20MHz 대역폭 경쟁에서 SK텔레콤에 밀려 입찰을 포기했다. 만약 KT가 이 경매에서 승리했다면, 비록 LTE 상용화에서는 늦었을지 몰라도, 가장 좋은 품질의 광대역 LTE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가장 빨리 실행할 수 있는 이통사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그림의 떡으로 전락했다. 


문제는 KT의 시련이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는데 있다. 방통위는 9월 19일 전체회의에서 KT 2G 종료를 다시 한번 유보하기로 의결했다.4) 2G 서비스 종료에 따라 9월이 아닌 11월에라도 LTE를 상용화하고자 했던 의지가 꺾인 순간이다. 폐지 신청에 또 나선다 하더라도 방통위에서 이를 검토할 시간이 최소 2개월이었다. 미래 불확실성을 점차 커졌다. 


당시 이창희 방통위 과장은 “사업자와 이용자 양쪽의 이해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국민 권익을 보호하라고 정부가 있는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국내외 기존 사례를 보더라도 이렇게 빠르게 가입 전환을 서둘렀던 경우도 없고, 적어도 2~3년 걸려 전환작업이 필요했다는 것. KT 일정을 조정한 것도 현재 이용자 입장에서는 최소 2개월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방통위의 판단이었다.


그 사이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첫 LTE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가입자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갔다. 연내 100만명 돌파도 예상됐다. WCDMA(3G)와 와이브로, 와이파이 등 3W 전략을 구사하기는 했으나 LTE에 견줄 수가 없었다. 


게다가 SK텔레콤은 확보된 1.8GHz 주파수 대역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면서 2012년 전국망뿐만 아니라 LTE 고도화에도 나설 수 있었다. LG유플러스는 3G 사업에 뛰어들지 못했던 울분을 LTE에서 토해내고 있었다. 그만큼 사활을 걸었다. 3위 사업자에게 위협받는 2위, KT는 점점 절망을 향해 달려갔다. 


그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었떤 것은 2G 종료가 결국에는 이뤄질 것이었기 때문에 가입자가 빠르게 빠져나갔다는 것. KT는 2G 종료에 총력을 다했다. 그 수준이 어느 정도였나면 당시 2G 소비자들이 KT의 가입자 전환 요청 때문에 불만을 터트릴 정도였다. 심지어는 KT가 직접 고객을 찾아 2G 대신 다른 세대로 갈아타야 한다고 설득에 나섰다는 소식이 인터넷상에 빠르게 퍼져 나갔다. 각각 이런저런 혜택을 주겠다는 사례들이 속속 입소문을 탔다. 2G를 선호하는 입장에서는 KT의 설득이 먹힐리 없었다. 


그렇다고 KT가 이를 멈출 수는 없었다. 고객 불만이 쌓여갔지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다. 방통위가 2번째 유보를 통보하면서 이용자 통보와 가입자 전환 추진 등이 이뤄져야만 승인이 가능하다고 하달했기에 KT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방통위는 유예기간 경과 여부와 KT의 가입 전환 노력 등을 검토해 최종 승인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KT가 온오프라인을 가릴 것 없이 2G 이용자를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3번째 폐지 도전


온오프라인을 종횡무진하며 2G 고객을 찾은 KT는 11월 21일 방통위에 3번째 2G 서비스 이용 종료 신청서를 제출했다.5)


2번째 유보 때 방통위가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준 상태였기에 방통위의 판단은 이전보다 빨랐다. 가이드라인을 지켰는지 여부만 판단하면 끝이었다. 방통위는 이튿날인 23일 전체회의를 개최해 KT의 2G 종료 신청을 승인하기로 의결했다.6) 당시 KT 2G 가입자는 11월 21일 기준 15만9천명까지 줄었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이용자 통지 기간을 둬 14일 동안 KT에게 2G 고객을 대상으로 우편 안내 등 최소한 2가지 방법을 활용해 종료 사실을 알릴 것을 조건으로 내걸고 이를 승인해줬다. 


방통위의 즉각적 판단은 국내외 사례와 비교했을 때 적은 2G 가입자수와 지난 3월부터 가입자 전환을 위한 KT 노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경쟁사 대비 늦은 LTE 도입 역시 영향을 미쳤다.


KT는 "3G로 전환하지 못한 2G 이용자가 서비스 종료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다양한 보호 방안을 시행할 예정이다”라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이후 KT는 2G 이용자 보호방안으로 6개월 동안 6개월 동안 KT 3G 전환 지원 프로그램 연장 운영하고, 7일동안 3G 임대폰 무료 제공 및 국내통화료 미과금, 6개월 동안 2G 번호 보관 서비스 등을 운영치로 했다. 정확한 2G 서비스 종료 시점은 해를 넘긴 2012년 8월 0시 이후부터로 점찍었다.


2G 종료 승인은 KT에게 또 다른 시련을 안겼다. 우선 2G 가입자들의 3G 전환이 반드시 KT를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객이 원한다면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로 변경할 수 있었다. 더욱이 경쟁사는 이미 LTE 서비스를 통해 한발 더 나아간 상태였기 때문에 경쟁 상황이 그리 녹록치 못했다. 


게다가 고객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2G 가입자들은 KT 2G 서비스 종료를 반대하며 서울지방행정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했다.7) 그 수는 대략 900여명으로 적기는 했으나 법원판결 여하에 따라 2G 종료가 다시 막히기엔 충분했다.


결과적으로 KT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12월 7일 서울중앙행정법원은 KT가 아닌 2G 고객의 손을 들어줬다.8) 방통위가 승인한 2G 서비스 종료에 대한 집행이 정지된 것. LTE 간담회까지 계획했던 KT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법원은 잔여 가입자 15만명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KT는 즉각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은 0시로 예정된 2G 종료 시행을 잠정 보류한 것으로, 2G 서비스 종료 자체를 중단하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항고에 나설 것이라 밝혔다.9) 이에 따라 KT는 12월 8일 2G 서비스 종료와 LTE 서비스를 공개하려던 기존 계획 대신 9일 항고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KT는 LTE폰 3종을 3G 요금제로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아이폰 4S, 갤럭시 넥서스 등 최신 스마트폰도 할인해주는 ‘올레 프리미엄 스마트폰 한정세일’을 진행했다[사진=KT]

KT 2G 종료…LTE 시작



또 다시 LTE로의 여정이 가로막힌 KT는 망연자실했다. 그렇다고 해서 가입자를 경쟁사에 눈 뜨고 빼앗길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역대 최초로 3G, 5G에서도 없었던 프로모션이 시작됐다. 10) 시장 초기 상위 세대 단말로 하위 세대 이동통신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LTE 단말로 풀린 삼성전자 ‘갤럭시노트’와 ‘갤럭시S2 HD LTE’, 팬택 ’베가 LTE’ 등을 3G 요금제로 가입할 수 있도록 '올레 프리미엄 스마트폰 한정세일'을 추진했다. 


LTE폰으로 3G 요금제를 가입할 수 있는 곳은 KT가 유일했다. 전국망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가격이 높은 LTE를 택하기 보다는 3G 무제한 데이터를 원했던 고객들의 마음이 들썩거렸다. KT는 향후 LTE 서비스 상용화에 따라 LTE 요금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줬다. 대대적 요금 및 단말 혜택도 준비했다.


사실상 조삼모사식 정책이었기는 하나 KT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다음 세대 가입자를 끌어 모으기도 벅찬 상태에서 이전 세대 가입자를 유치하는 것은 영업상 향후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 분명했다. 물론 KT는 앞뒤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2011년 12월 26일 서울고등법원은 KT 2G 가입자 900여명의 2G 서비스 폐지를 승인한 방통위의 결정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의 항고심에서 원심을 취소하고 신청을 기각했다.11) 2G 서비스 종료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셈이다. 


KT는 곧장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서울고등법원의 이번 항고심 결정은 국가 자원인 주파수의 효율적 활용 및 차세대 통신망 투자 활성화를 촉진해 고객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내 IT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바람직한 결정이다”라고 화답한 KT는 2012년 1월 3일 오전 10시 서울을 시작으로 2G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 1월 3일. SK텔레콤 LTE 가입자 70만명. LG유플러스 LTE 가입자 50만명. 120만명의 LTE 시장에 KT가 참전을 선언했다.12) 타사보다 늦었기 때문에 보다 공격적으로 나갔다. 기존 2G 주파수가 LTE로 전환됐기 때문에 2G 종료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이뤄진 후 지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로부터 3개월 후인 2012년 3월 19일 오전 10시. KT가 2G 서비스 완전 종료를 알렸다.13) 당시 남아있던 2G 서비스 가입자는 2만여명. 쓰던 번호만 유지할 수 있었다.

이석채 회장이 LTE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KT]

2G가 완전 종료된 이날 이석채 KT 회장은 올레경영 2기 출범식에 나서 이같이 말했다.


 “예전에 서울에는 전차가 다녔는데 자동차가 활성화되면서 운송수단으로서의 메리트를 잃었다. 전차가 달리던 곳을 버스전용차로로 하고 지하철을 건설하자고 해서 건설했다. 일부 사람들이 옛날 전차를 계속타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할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지만 분명 기존보다 혜택은 거 커질 것이다. 2G 종료는 이러한 과정 속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1) 윤상호 기자, KT, 2G 종료신청...방통위, 이용자 보호조치 심사 착수, 디지털데일리, 2011. 4.19.

2) 강호성 기자, KT '2G 서비스 6월 종료' 계획에 제동, 아이뉴스24, 2011. 6.24.

3) 김문기 기자, KT, 2G 서비스(PCS) 폐지 승인 신청, 아이티투데이, 2011. 7.25.

4) 이호영 기자, 방통위, KT 2G 서비스 폐지 승인 또 보류...12월께 결말 날 듯, 아이티투데이, 2011. 9.19.

5) 김태정 기자, KT, 2G 끝내기 삼수 도전...15만 남았다, ZDnet, 2011.11.21.

6) 윤상호 기자, 방통위, KT 2G 종료 승인...8일 0시 2G '셧다운', 디지털데일리, 2011.11.23.

7) 김태정 기자, "KT 2G 폐지 못해"...가입자 집단소송, ZDnet, 2011.11.30.

8) 이호준 기자, KT, 2G 종료 계획 물거품, 전자신문, 2011.12. 8.

9) 강은성 기자, KT, 2G 종료 "보류일뿐" 즉시 항고, 아이뉴스24, 2011.12. 8.

10) 강은성 기자, 강현주 기자, KT에선 LTE폰으로 '무제한요금제' 쓴다, 아이뉴스24, 2011.12.18.

11) 윤상호 기자, KT, 내년 1월 3일 2G 종료 LTE 개시, 디지털데일리, 2011.12.26.

12) 강은성 기자, KT, LTE 시작..."늦은 만큼 더 완벽하게", 아이뉴스24, 2012. 1. 2.

13) 정윤희 기자, KT, 오전 10시 2G 완전 종료, ZDnet, 2012.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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