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취향의 입맞춤에서 제일 중요한 것 '새로운 방'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파리에서 유학을 하는 오빠와 묘한감정을 틔우며 연락을 지속한적이 있었다. 그는 때론 불어로 편지를 써 사진을 찍어주곤 했는데 그 사진으로 보이는 무드가 나에겐 로망으로 남아있었다. 그는 유럽의 낭만에 대해 간접적으로 들려주곤 했다. 예를들면, 유럽은 테라스 자리에 앉으면 음료값이 더 비싸다던지, 무조건 실내등의 색은 주황색으로 물들여 진다던지. 그때는 - 진짜? 그게 사실이야? 탄성을 질렀다. 유럽은 이렇데~ 라는 이야기소재 거리인거다. 이제 들으면 너무 당연히 그래야하는거 아니야? 라고 반문하겠지만. 무려 10년 전이니까. 우디앨런의 영화 속의 한장면을 떠올리며 나 혼자 유럽의 로망을 키워갔다. 그와의 사랑을 꿈꾸기보단 나의 어느 미래의 모습을 상상했다. 이후 미드 보다 영드에 흥미를 느끼며 공감각에 대한 상상이 반복 되었고, 자연스레 장소가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어디에서 어떤 무드 속에서 내가 앉아 춤추며 행복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상상! 그것이 시작되면 나에겐 스팟포인트로 낙찰되기 시작했고, 술과 음악, 이야기- 빈티지 패션을 좋아하는 나에겐 유럽무드는 취향이 되었다. 여행에서도 그 습관은 이어졌다. 특히나 유럽에서는 온 세상이 나의 취향에 딱 들어맞는 인테리어를 뿜어 내고 있었다. 특히나 스페인의 첫 인상인 숙소는 더할나위 없었고.
나는 도시의 느낌이 반영된 집이 좋다.
에어비앤비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람들이 머물고 있는 곳을 서치하기 시작했다.
반복해서 보다보면 집 안의 모양들이 각기 어떤 생김새를 띄고 있는지 발견할 수 있다.
예뻐보이는 사진들 속에 현혹되지 않는게 매우 중요했다! 끌림이 있고 필요로 하는 곳을 선택하는게 나의 몫. 퇴사 직후 바로 여행을 떠난지라 준비없이 떠났던 나의 마음을 달래고자 조금은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 곳을 택하기로했다. 찾은 곳은 한인민박.
몰랐다. 이곳에서 시간을 만날줄은. 도착해 숙소안내를 받으며 벽을 만져보았다. 차갑고 단단함을 감히 알 수 없는 오톨도톨한 돌의 촉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물었다.
- 와 사장님 이거 다 진짜 돌이고 나무인거죠?
- 응 여기 140년된거야. 이 집이 리모델링된거지. 맨 처음 렌트해서 오픈했을 땐 장난아니었어. 그런데 이제는 매우 퍼팩트해!
- 그럼 여긴 계속 주거지였어요?
- 아니 고딕지구의 골목들이 좁다고 느껴지잖아. 딱 마차하나가 지나다닐 수 있는 길이었어. 그때의 교통수단인거지. 그리고 주로 1층은 마차의 마굿간이였다고 하더라. 이곳도 그랬을 수 있지. 너는 이런거에 관심이 많네?
마음 속으로 외쳤다.
- 당연하죠! 스페인의 시간 속에 있는데! 느낌표가 한가득 생기며 작은 떨림이 느껴졌다. 아침이면 침대에서 옆으로 몸을 뒤척일때마다 맞닿아지는 그 차가운 어색함들. 그마저도 스페인의 공기는 품고 안아주고 있었다. 고딕지구 골목 안에 있어 창가로 스며드는 햇살을 기대하진 못했지만, 이곳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자신의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게 있다면?” 이란 질문을 받은적이 있다. 그때 나에겐 “자신의 집을 사랑하는 방법. 그리고 그런 아늑한 집을 주고 싶어요” 라는 생각. 내가 머물고 살고 있는 곳을 사랑할 줄 아는 것. 이게 내가 생각한 행복의 시작이었다. 또한 어디서든 적응하며 안정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것을 물려줄 수 있다면 그 아이가 행복할 것 같아서. 열심히 내가 머무는 집을 사랑했던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취향이었다. 장기여행을 하다보니 더욱 숙소비가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하지만 고급호텔숙박을 위한 여행은 아니라, 차도 마시고 밥도 해먹고 글 쓰고 이미지를 편집할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하는 나에게. 나를 위한 숙소를 만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고 결제한다.
눈을 질끔 감고!
-바로셀로나에서 용인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