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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인주 Apr 11. 2021

stangs things. 낯섦경험하기.

베를린에서의 취향 입맞춤


발길 따라 걸어본 길가에서 밥을 먹고,

절로 미소 지어지고 눈이 가는 사람들의 행동을 바라보는 것.  

멋진 스폿에 가는 것이 아닌,

그들의 일상에 섞여서 이방인으로서 자유를 느낄 필요도 있다.



'낯섦' 경험





come in! 두 명의 귀여운 꼬마들이 문을 열며 나에게 들어오라고 했다. 아니야! 괜찮아. 거긴 학교잖아. 우리는 펜스를 경계 두고 이야기를 나누며 놀았다. 아 그냥 놀았다가 맞겠다. 몸에 한 낙서들을 보고 깔깔거리고 자꾸 부끄러워 나무 뒤에 숨는 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했다. 

축구를 하며 노는 그들의 모습을 우연히 담게 됐는데 나에게 소리를 지르며 다가오더니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낯섦은 나에게 낯선 것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의미였다. 하지만 저 두 꼬마들에게는 달라 보였다. 낯섦은 그들에게 하나의 흥미였다. 알고 싶고 만져보고 싶은 그래서 자신과 연결시키는 행위들. 그들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사진은 싫어! 그냥 놀자!라고 말하는 아이들의 말들. 나는 부끄러워졌다. 무엇을 기억하려 했던 거니? 이 귀여운 순간들을 무엇으로 보려고 했던 거니? 더 낯섦에 다가가기로 했다. 

이제야 여행이 시작되었다. 그랬다. 나에게 여행의 시작은 누군가와 멋진 곳을 가는 것이 아니다. 길을 걷는 것. 그들이 낸 길을 걷는 것. 그 도시의 소리를 듣는 것. 일상을 노니는 그들을 보는 것. 그 모습 속에 진짜가 숨어있다. 나는 그 알맹이와 가까워지려 온 거잖아. 말과 마음먹기는 쉽지만 상황에 맞닥뜨리면 욕심도 겁도 생기는 게 사람인가 보다. 


오늘은 발걸음을 믿기로 했으니 일단 걸어본다. 아, 물론 그 발걸음을 디딜 곳도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지역을 하나 설정해 거닐어 보는 거다. 소소하지만 감각적인 동네일수록 좋다. 베를린에서 그 감성을 느끼기 좋은 지역은 단연 ‘미떼’ 베를린의 중심지역이자, 예술에 대한 정보, 글로벌 브랜드 매장, 트렌디한 레스토랑, 하이엔드 매장, 커피맛까지. 베를린의 본래의 힙함이 그대로 존재하지 않지만 살짝의 가미된 느낌. 난 매우 사랑한다. 게다가 그들의 패션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정말 웃긴 이야기지만 편하게 걷기로 다짐한 순간 배가 고파왔다. 평소에는 그렇게 셰프가 숨 쉬는 음식을 만드는 공간에 열광을 하더니. 여행에서는 마시기만 한다. 배고프다. 아침에도 복숭아를 하나 먹고서는 아무것도 먹질 못했다. 그 찰나에 길가를 걷는데 'FUNK UP!' 귀여운 메시지를 입간판으로 둔 카페를 하나 만났다. 딱 나에게 주는 말 아니야? funk up! 프래쉬 한 음식들과 주스를 파는 곳인데 인테리어가 예뻐 한번 들어가 볼까? 계단에 발을 올렸다. 나에겐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제발! 느끼하지 않은 음식을 먹고 싶어. 나에게 건강함을 부어줘. 쇼케이스에 담겨있는 요구르트를 골랐고, 그것도 부족해 아보카도 에그 오픈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요구르트는 바로 컵에 담겨 있었기에 들고 나와 가게 밖 의자에 앉았다.  



요구르트를 먹던 내 자리.
아 사실 더 예뻤는데 그 스타일을 못 찍어줘서 아쉽다.




베를린은 담배를 피우는 것 그 자체가 자연스럽다. 에어비앤비에 도착했을 때도 호스트의 친구가 있었는데, 부엌에서 담배를 물고 인사를 건넸다. 그를 보니 베를린에 왔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가게 앞에는 항상 의자와 재떨이가 존재하는 이유 일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 살꺼같다. 걷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고 하늘을 보고 보고 보고 무엇을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야, 이 넓은 세상에 나를 던져냈음이 느껴졌다. 베를린의 공기가 나를 품어주고 있었다. 게다가 요구르트는 탁월했다. 뮤즐리와 딸기와 생요구르트가 내 입속으로 들어간 순간. 와그작 씹히고 아무 맛도 나지 않는 그 텁텁한 요구르트의 건강함이 들어간다.  천천히 먹고 있으니 이내 배가 차오른다. 옆에 파란색 하늘거리는 일자 치마에 검은 맨투맨티를 입고, 발렌시아가 어글리 슈즈를 매칭 한 한 여자가 앉았다. 눈인사를 나눴다. 지나가던 어떤 끔찍한 가면을 쓴 사람을 보고 토끼눈을 하며 봤어? 를 눈으로 말하며 같이 놀라기도 했다. 그 와중에 자꾸 눈이 가는 건너편의 공원. 그랬다. 공원이 있었고 나무 틈 사이로 사람들이 삼오오 모여있는 모습이 보였다. 모여서 밥을 먹고 있는 것 같다. 저기다 싶어 점원에게는 나의 두 번째 음식 아보카도는 포장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3분 정도 지나 포장되어 나왔고 나는 길을 건넜다.   



중학생들 같았는데 다리비율무엇, 게다가 컨버스 쪼임까지도 귀엽  / 너무 힙했던 커플들, 딱 베를린의 두가지모습같다.




아 여기였어! 햇빛이 내려쬐고 있었고, 층이 각기 다른 나무 의자에서 사람들은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도 자리를 잡았다. 연인을 기다리던 연보라 후드를 예쁘게 입고 있던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이 오자마자 그 무서웠던 얼굴 표정을 무장해제시켜버린다. 개성을 온몸으로 뽐내고 있는 커플은 맥주와 함께 천천히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친구들과의 수다를 나누는 그 모습도, 수업 쉬는 시간 서로 내가 더 잘하네 마네 등 발육이 다른 아이들의 모습까지. 길을 걷다 겉옷을 벗어 잔디에 깔아 눕는 것도 그들에게는 하나의 쉼이었다. 자유다.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카페에서부터 이 공원까지 아마 90분 이상을 머물렀던 것 같다. 자꾸 시계를 보게 되는 내 행동도 멈췄다. 지금만큼은 쉬렴, 살아있으렴, 이 따사로운 햇빛 아래서 다음을 생각하는 건 죄악이야.   







이 글을 쓰는 지금 저 와인병 주변을 맴도는 하루살이가 귀엽게 느껴진다. 이유는 이 방에 저 한 마리의 벌레만이 있고 절대 나를 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겠지. 낯섦을 경험하는걸 저 하루살이를 만나는 거라고 생각해봐야지. 



함께 있고 싶진 않지만 귀엽게 느끼기.

낯섦을 추구하지는 않지만 곁에 두기, 

해하지 않는 선에서의 낯섦을 추구하기. 


그렇게 다가가기. 분명 그 경험은 나를 채울 것이다. 

거기 가봤어 라며 스폿을 자랑하기보단, 

여행지에서 흡수해 채워진 이야기를 설명하는 게 더 매력적이니까.





에피소드가 담긴 영상



- 베를린에서 용인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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