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에서의 취향 입맞춤.
특별한 것을 해서 특별한 것보다.
일상적인 하나의 행위가, 특별해질 때가 더 매력적으로 나에겐 느껴진다.
여행지에 가면 꼭 그 나라의 꽃을 한 다발 산다. 그리고 내가 묵을 방에 꽂아둔다.
꽃다발 속 작약의 생김새도, 함께 들어있던 나무 풀들도
한국의 꽃들과는 생김새가 다르다.
일상적인 행위지만, 특별해지는 순간이다.
여행 새내기 때와 지금의 여행 무엇이 달라지셨어요?
난 나만의 <여행 의식>이 생겼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건 분명 시간의 세례를 받은 덕분이라 생각하는 바이다. 여행 중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목적은 조금 더 빠르고 자연스럽게 여행지에 적응하려는 일이다. 직장인의 신분으로서 아주 중요한 포인트다. 그중 하나가 바로 꽃 한 다발을 사는 것.
*프라하에서의 에피소드다.
어젯밤엔, 길에서 한 할아버지가 꽃을 파셨다. 나에게 다가오신 할아버지. 캐리어 분실로 현금 1원이 소중한 나로서는 그분께 쏘리를 연발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웃으며 그냥 선물이라며 내 손에 쥐어주시고는 떠나셨다. 옆에 한 아저씨는 괜찮다고 그냥 가지라고 한다. 멍, 했다. 죄송하면서도 고마운 그런 마음. 이왕 받았으니 한껏 즐겨보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엔 꽃은 한층 더 활짝 피어났다. 공간에 좋아하는 작약이 피어나고 있으니 낯선 타지의 방이 조금 더 안락해졌다. 일상에서 종종 꽃시장에 가 꽃을 만지며 집 곳곳에 두었던 것도 생각나면서 말이다.
이 이후 즐기기 시작했다. 직접 꽃을 샀다. 환경이 다르다 보니 같은 꽃도 생김새가 달랐다. 가격도 달랐다. 같지만 다른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 베를린에서
*도쿄에서
*그 외 다양한 도시에서도 : -)
코펜하겐 첫날. 아침이 밝았다. 어젯밤 험난한 밤길을 걸었던 기억이 나를 강하게 사로잡았다. 뭘 해야 할까? 마트, 마트 가자. 목이 말라서 맛있는 음료를 마시고 싶다! 그래 마트를 가자, 동네 한 바퀴를 돌자! 내가 있는 주변을 돌아보기.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기 위한 방법이니까. 아침 8시의 숙소 주변은 어제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늦은 밤 인적이 드물었던 건 정말 거주지 중심의 동네였기 때문이고, 바로 근처에 강이 흐르고 있었으므로 비바람이 더 강하게 부는 탓에 무섭게 느껴졌던 것뿐이다. 어제 걸어온 매트로와 우리 집의 거리가 이렇게나 가까웠다니. 어둠이 걷히고 하늘은 너무나도 맑았다. 밝아져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었네. 코펜하겐은 파스텔빛 하늘색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청량한 하늘에 구름이 떠있고 마치 내 머리에 닿을 듯 가깝다. 목이 말라오니 그만 걷자.
구글 지도를 통해 주변 마트를 찾았다. 그러자 1분 거리에 있는 슈퍼마켓 하나가 나온다. 정말 1분 거리에 있는 작은 마켓. 그곳은 천국이었다. 신선한 과일, 야채, 직접 만든 꽃다발, 와인 맥주 물 음료 등 커피도 마실 수 있는 곳이었다. 바로 앞에 여러 테이블이 존재하고 세상에 빛을 본 지 2년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와 함께, 친구 혹은 연인과 혹은 홀로 방문해 그들은 커피를 즐긴다. 귀여워라. 그들이 주로 먹는 것, 유명한 브랜드들 눈으로 관찰하는 거다. 대체 물가가 얼마나 비싼 거야? 싶었는데 정말 우리나라의 딱 1,8-2.5배 사이를 웃돈다. (품목마다 정말 다르다!) 그렇게 물가도 알 수 있고 가장 가까이서 그 나라 사람들과 대화 나눌 수 있으며 , 진짜 원하는 물건을 바로 찾아 살 수 있는 곳. 슈퍼마켓이다!
물가를 체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소소한 재미를 위해 난 좋아하는 꽃으로 느낀다. 반갑게도 여행 첫날 리추얼 만들기에 성공했다. 이곳에서 꽃 한 다발을 샀다 (107dk로 18000원) 독일과는 2배는 차이나는 숫자가 입을 떡 벌리게 만든다. 그래도 흥미로운 건 그들은 소재로 쓰이는 것들을 다발에 넣어 사용한다. 마치 우리나라의 내추럴한 꽃다발이 유행하는 것처럼. 꽃시장에 우연히 가게 되었고 아름다움이 펼쳐있는 공간에 무엇을 살지부터 어떻게 조합할지까지 생각하는 과정을 즐겼다.
그리고 내가 머무르는 공간에 꽃을 두는 순간 분위기가 바뀐다. 내 손길을 공간에 닿게 만들었다는 것이 주는 안정감인 것이다! 게다가 미묘하게 우리나라에서 만났던 꽃들과 생김새가 다른 낯섦. (꽃몽오리 크기나 신선함의 정도가 다르다) 꽃 종류가 주는 계절감. 낯선 과 계절의 예측이 어우러진다. 나의 현실인 듯 아닌듯한 감정이 이어진다.
나는 보는 것이 그림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나는 학생들이 그림을 배우기 위해서 자연을 보라고 가르치기보다는,
자연을 사랑하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라고 가르치겠습니다.
- 존 러스킨
경험은 잔상을 남긴다. 뒤돌아서서 보면, 그때 대화 내용이 생각나기보단, 짜릿한 토론이 오고 갔었지라는 잔상이 남는다. 건축물의 기교들이 떠오른다기보다는 웅장함과 섬세함을 보며 내가 함박웃음을 하며 웃었던 그 잔상이 남는다.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뻔하고도 설레는 문장이다. 이 문장을 처음 만난 20대 어느 때의 마음은 여전히 간직한다. 난 정말로 그렇게 여행하고 싶었고 일상을 살고 싶었다. 그래서 여행을 갔을 때, 가장 일상적인 것들. 가장 나다운 것. 그러니까. 여행지에 가서만 행복해질 수 있는 행위가 있다면 (예를 들면 비키니 입고 활보하기 같은 나에겐 여전히 부끄럽다.) 일상을 그대로 옮겨놓아 내가 지금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이 안 되는 것 같은 것 말이다.
나는 내가 여행하는 곳. 그리고 머무르는 곳을 사랑하고 싶어 시작한 리추얼.
그 일상적인 행위를 반복한다.
주변을 탐닉하고, 관찰하고 , 눈에 담는다.
꽃 한 다발을 사면서.
- 코펜하겐에서 용인주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