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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인주 Oct 24. 2021

여행의 시작은 곧 선택의 시작

달콤쌉싸름한 3가지 선택들


나 여행갈꺼야! 



설레이는 발언 앞에서 내내 베시시 미소가 지어졌다. 부러움의 눈총도 처음엔 부끄럽다가도 뻔뻔히 누리기 시작했다. 사실, 신나하기 전까지 살짝 머리가 터질것 같긴 했다. 연차 3일이 결정이 난 이후로 내 캘린더의 9일부터 14일까지의 숫자가 빨간색으로 변했다. 무려 9월 초에 확정된 결정. 나에겐 7일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머리 속이 온갖 생각으로 뒤엉키기 시작한다. “이번엔 어디로 갈꺼야? , 누구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목적지, 비행기표, 내가 머무를 숙소, 캐리어 속 준비물 , 여행의 이유까지, 나는 여행을 위해 수많은 보기 속의 선택을 시작했다.




여행을 <하기로> 확실히 선택하기 까지도 고민이 시작된다. 혜민이와 파리를 갈까? 아님 혼자여행? 곧 가을라인 오픈 일인데 괜찮을까? 그냥 집에 있어? 추석은 그래도 가족과 보내야지 미안하잖아..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상황을 셋팅>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내가 여행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말이다. 부모님에게 자초지종을 말해 명절을 같이 보내지 못함을 설득시키자.. 일은 떠나기 전에 내 포지션은 밤을 새서라도 마무리를 해서 빈자리가 생기는 동안, 팀원들이 추후 일을 할 수 있도록 일정을 셋팅하는 것. 상황이 만들어졌다면, <나로 돌아간다> 여행에 있어 나는 이기적이다. 내가 모아두고 아껴둔 돈과 시간을 쓰는데 ‘아무거나’ 와 ‘따라갈래’는 싫다. 그래서 철저히 큰-틀을 짠다.



상황의 타당성을 만들어야 마음이 놓이면서도, 나로 시작하는 여행을 하고 싶은 나. 

용인주스러운 여행을 하고싶은 나. 

거참 까다롭네. 취향여행이라 까다롭다.

자, 그럼 시작해보자. 여행, 그자체로 달콤하니까.





선택1 지금 무엇이 필요해?


나는 앞으로의 내 삶을 위한 경험이 필요해!


삶에서 선택이란 행위는 예정되어 있다고 믿는 편이다. 지난 시간동안 전 세계 사람들이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쫓거나 심리학을 공부한다면 한번쯤은 듣게 되는 문장. <생각이 습관을 만들어 행동을 바꿔 운명을 변화시킨다> 선택은 행동단계에서 이뤄지는 것이기에, 현재의 내 머릿속에 채워진 생각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더해서 현재 내가 풀어내고 싶은 결핍과 이어져 있었다. 그래서 난 오늘의 나에게 어떤 생각을 채워줬는가를 중요히 생각한다. 그게 미래의 나의 모습이 되어줄테니까. 어쨌든 결론은 “영향을 받았다”에 있다.  그래서 요즘 나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결핍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는 것에 시간을 쏟는다. 



<reflection>Question ; 
 인주야 , 요즘 어때?
Answer (based on my case) ;
- 친구-연인-가족 등
  특정 사람과 함께하고 싶어
 - 일(관심분야)에 대한
  영감을 얻고 싶어
 - 휴식, 쉬고싶어.
</reflection>


음 솔직하게 내가 보는 내 일상은 지루했다. 사람은 나 다울 때 빛이나기 시작하는데,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마주하니 쓰다. 그래도 나에겐 여행플랜이 있으니까! 그래 나의 필요는 <내 일상을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모습을 ‘생기있게’ 그리고 싶었다.> 마음의 여유가 주는 태도를 간직하며, 예술을 바탕으로 채워진, 색깔이 묻어있는 그런 삶. 어떻게 일상을 채워가고- 돈을 벌고- 움직일까? 이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궁금했다. 자세히 들여다보기 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여행에서 더 깊게 관찰하게 되는 사람들의 말, 행동. 인간의 본질은 비슷하지만, 여행에서 내가 흡수하는 태도는 다르기에 분명 영감이 생긴다. 





선택2 목적지 정하기


나의 목적지는 베를린과 코펜하겐!

여행지의 선택은 당시의 나의 니즈를 바탕으로 연결된 도시였다. ‘도시’가 중요하다. 나는 회사를 다닌다. 일년에 한번, 최대 7일이 전부다. (최근 교육에서 패션업으로 바꾸며 명절이 끼면 예외가 생기는 경우가 생겼다 야호!) 때문에 짧은 나의 여행 기간동안 거닐며 즐길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reflection>
 Question ; 
무엇을 보고 싶어? 혹은
나 자신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어?
뭐가 궁금해?

Answer (based on my case) ;  
교환학생에 참여할래!
친구를 만나러 가자.
동생과 여행할래.
르네상스시대가 궁금해

파리, 

그 낭만적 환상을 경험해야지 않겠어?


빈티지패션과 마켓들, 

런던의 스타일과 색감을 느끼고 싶어.


요즘 한국에서 힙한 레퍼런스를 가지고 있는 공간디자인이 궁금해!


어디를 경유해볼까?


-지금까지의 여행 선택들 (추려읽는tmi)  

멜번, 교환학생 시절의 경험. 외국 대학교 기숙사, 파티, 학교생활, 외국 친구들, 혼자 거닐던 도시, 플리마켓 등 내 첫 혼자떠난 여행의 시작이였다.

홍콩, 자매의 여행으론 퍼팩트했다. 가깝고 편하고 먹고 놀고 돌아다니고 야경과 함께 감탄을 연발할 수 있는 최고의 도시.

인도, 멜번의 대학교를 다니던 학부생 인도친구들과 친해져 한국으로 귀국한 이듬해 말 집에 초대받아 함께 여행을 했다.

피렌체, 초 성수기. 250만원의 비행기티켓을 끊어본 경험. 난 지금시대가 좋다. 르네상스와 맞닿아있는 시간. 인간중심 자연중심. 예술과 과학 건축이 꽃피우고 있는 시대. 신을 믿지만 절대적이 아닌 시대. 궁금했다 그 꽃피운 곳이 어디인지. 게다가 놀랍게도 지인이 그곳에 머물고 있어 쉽게 숙소를 얻을 수 있었다. 피렌체 안의 한인민박들의 동태와 그 주변 상인들과의 대화도 엿볼 수 있었고 말이다.

파리, 말해뭐해. 모든 로망과 쇼핑의 천국. 쇼핑리스트 속에 있는 것들이 한국에 비해 정말 저렴 했고, 미친 물가 속에서도 거리를 걷는것, 에펠탑을 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 도시.

런던, 런던의 패션스타일을 좋아하는 나. 사실 주변이들의 평가이기도했다. 이런 도시가 어울려! 라고, (혹은 내가 먼저 질문해봐도 재밌다) 백업하지 못한 채로 핸드폰을 잃어버려 남은 사진이 인스타업데이트가 전부라 다시가야한다.(?) 난 정말 런던의 스트릿이 좋고, 마켓이 좋다 ! 

프라하, 사실 베를린 가기 전, 가까운 도시를 한번 가보자. 라고 해서 선택한 도시. 의외의 낭만이 꽃피고 있는 곳이다. 저렴한 물가와 재즈바 - 야경 그리고 디저트들까지.

베를린, 공간기획업무가 주어졌을 때가 있었다. 혼자 1부터 10까지 완성해야하는 터라 고민이 많았다. 그때 수집하게 된게 이 도시. 카페를 오픈하기 전 레퍼런스를 찾기위해 이곳을 찾는다는 내용을 알게되고는 정말 궁금했다. 그리고 역시.이 세상에 새로운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됬다.


 </reflection>





일단 나를 나답게 구성시키는 건 무엇일까? ‘나’ ‘디자인’ ‘사람’ 이 3가지. 

이젠 인스타그램을 키고 그동안 머리속에 멤돌던 도시들을 검색을 시작했다. 여행에 관심도 많았던 지라 내 머릿속에는 아, 거기가 어디였지? 싶었던 곳들이 존재했다.

인스타는 방문한 사람들이 기억하는 순간을 보여 준다. 게다가 검색을 통해 만나면 가로3개 세로 무한대의 퍼즐로 구성된 사진들이 펼쳐지는데, 인기게시글로 전체를 보면 도시의 무드가 보인다. 암스테르담, 파리, 스톡홀름, 코펜하겐, 마드리드, 나의 검색 키워드들이었고 눈에 띄는 곳은 <코펜하겐>. 


파스텔빛 무드가 좋았다. 게다가 덴마크는 북유럽이자 디자인 강국이다. 최근 친구의 가구 홀릭을 통해 가구맛집카페들을 가서 계속해서 의자 테이블 장식장 스피커까지 훌륭한 스토리를 읊었던 시간이 스쳤다. 게다가 인스타를 통해 <코펜하겐 가보신분 어때요?> 를 물었을때 친절하게 그 도시에 대해 말해주던 친구들은 "여유를 배우고 왔어요. 파스텔빛, 하늘색이 떠오르는 도시에요. 정말 좋을꺼에요" 를 외쳤다. 동생은 한 티비프로그램을 보여주며 한국에겐 <빨리빨리>가 있다면, 코펜하겐에는 <휘게> 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해줬다. 충분했다. 물가 따위! 햇반 챙기지뭐. 하며 비행기를 찾기 시작한다. 찾고 또 찾아도 귀찮지 않고 이젠 인터파크 항공 맞춤 검색은 초 식은죽 먹기고, 도시간 이동계획은 스카이스캐너를 찾으면 금방이다.


구글 지도를 보니, 벨린과 맞닿아있다. 야호! 위치를 보고- 지난 베를린에서 소매치기로 두려움의 도시가된 이곳의 생각을 업데이트 시키기로 했다. 조용한 예술가의 도시. 유럽갬성과 모던함을 동시에 지닌, 갤러리들과 먹거리 등 그들의 힙을 느끼자. 선택은 끝났다!




아, 마지막의 선택이 있다.








선택3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대하여.


첫줄부터 끝까지 버릴께 없는 나의 가치관이 뭍어있는 사랑하는 시가 있다.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나는 의미부여를 하는것을 좋아한다. 매우 많이, 자꾸, 매일, 매순간 하게되는 행위 중 하나.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들은 나에게 무엇이 되어질때 더 특별해진다. 잊혀지지않는 색깔과 향기가 되어 살아숨쉰다. 하지만 안다. 목적을 위한  why,  기억을 위한 why는 다르다는 걸. 마지막 선택은 여행전, 여행중에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여행을 마치고 그 여운을 즐기며 천천히 곱씹는다. 여행의 기억이 뿌리를 내려 싹을 피워 꽃이 필때, 그때 알게 되더라.


의미를 부여하고자하는 마음이 있다면, 좀 더 신중해진다. 여행 전엔 진지해도 좋다.   


<reflection> Question ; 
 왜, 여행을 떠났을까?  어떤 의미가 될까?

Answer (based on my case) ;
뭐든지 내가 써내려간다면,
그것이 내 여행의 의미!
</reflection>


고민 속에서 선택을 끝내고 비행기 티켓을 출발 2일 전에 끊었다. 처음 알아봤던 표값과 비교해 몇십만원이 오른 금액이다. 충분히 나의 고민에 투자한 돈이라고 가치있게 느껴졌다. 나에게 있어 여행의 시작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채우는 과정의 반복이다. 이래서 내가 느리다. 그래도 난 좋다. 좋아하련다. 어찌되었던 나로 시작하는 삶을 살고 싶으니까. 떠남을 통해 넓어지고, 선택을 위한 reflection을 통해 진해지고 싶다.



난 지금 여행중이다.



*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

백예린 - 내가 나를 모르는 것 처럼




my dear,

your life is your art!


-베를린에서 용인주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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