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어둔 골목을 뒤따라오며 울었다.
뒤돌아보면 스무 살 무렵의 여자가
울음조차 잊은 등 뒤에서 울고 있었다.
사연을 들키기 딱 좋은 울음이 골목과 함께 휘어졌다.
그는 끊어진 현처럼 떨며 울음을 터뜨렸지만
마음이 아프면 울음을 밀어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아름다운 상처를 드러내는 일이 울음임을 알았다.
누군들 남몰래 등을 돌리고 울던 일이 없었을까.
마음이 흔들릴 때는 그저 흔들리는 대로 흔들려
제 몸의 뿌리까지 다 드러내면
어느 날 저 혼자 뚝 감쪽같이 그친다는 것을 알까.
마음속에 동그랗게 고인 우물 몇 두레박 퍼내고 나면
다시 새물이 차 올라 울음도 맑아진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사랑은 항상 은사시나무처럼
흔들릴수록 희게 빛나는 법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