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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 Oct 04. 2021

Not Yet | Story #21. 스냅사진 에피소드

자연스러운 사진 뒤, 무엇이 있을까

Not Yet | Story #21. 스냅사진의 자연스러움 뒤에 숨겨진 에피소드



  이 야 기


  스물 하나




자연스러운 사진,


부자연스러운 에피소드.


-



스냅사진이란, 스튜디오에서 찍는 사진이 아니라, 

도심, 공원, 광장 등을 배경으로 하여 인물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찍는 사진이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찍기 위해 여느 스냅사진작가들이 그렇듯, 

우리 또한 온 몸을 불사질러 사진을 찍는다.

우연치 않게 찍힌 사진이 꽤 재미있는 사진이 될 수 있음을 알고는 

우리는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열심히 스냅사진을 찍는다.


그렇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는 스냅촬영을 여러번 하고나선, 

참 많은 에피소드들이 생겼다.


1.

넘어질 때까지 넘어진게 아니다.


급하게 촬영하다보면 뒤로 걸어야할 때도 있고, 

사람들이랑 부딪히고, “sorry!”를 연발할 때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 스냅촬영할 때는 정말 아찔한 경험을 했다.


짬을 내 걸어가면서 촬영한 사진을 확인하려다가, 

길가에 있는 돌에 걸려 넘어지는 순간이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넘어졌을텐데, 그 땐 무의식이 작동했는지, 

넘어지는 그 2초간의 순간이 참 길게 느껴지며 엄청난 생각들이 들었다.


'으악- 넘어지면 안되!!!!!!!!!!!!!!!!!!!!!!!!'


뒤에 사진찍으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나는 지금 약 150만원의 카메라를 손에 묶었는데!

카메라가 망가지면 우리도 끝인데...!!!!!!!

난 이제 끝이다...


하는 생각으로 2초간 넘어지지 않고 공중에서 허우적 되며 

모든 다리근육과 허리근육을 쓰며 넘어지지 않기 위해 버텼다.

옆에서 현우가 다행히 그 순간에 잡아주어 별 탈 없이 일어나긴 했지만, 

정말 엄청난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소비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다. 





2.

카메라 소매치기


바르셀로나에 와서 소매치기 한 번 당하지 않았고, 

항상 조심했지만 이번 스냅촬영에서는 좀 달랐다.

스냅촬영 거의 끝자락에서 나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영상으로 담기위해 

조금 멀리서 그들을 배경으로 영상을 찍었다.

그런데 끝자락이어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항상 팔목에 묶던 카메라 스트랩을 풀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예상치 못하게, 어떤 사람이 그 카메라 스트랩을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너무 놀라서 소리도 못질렀다. 

이번에도 다행히 내가 카메라를 꽉 잡고 있어서 그런지 빼앗기지는 않았다,

뺏지 못한 것이 놀랐는지, 그 사람이 “easy! easy!” 하고 옆에 있는 사람이랑 막 도망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벙- 쪄 있다가 손님께 제대로 인사도 못 드리고 가만히 서있었다.


몇 초 있다 화가 나기 시작했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다있지-?


그래도 안 빼앗긴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심지어 메인카메라였는데, 빼앗겼다면 정말, 상상만해도 우울하다.

아마 여행의 성격이 또 다시 바뀌지 않았을까 싶다. 


3.

루트에서 만난 사람들





촬영을 하는 루트가 항상 같진 않지만, 항상 중복되는 길 / 상점이 있다. 

그 길과 그 상점은 정말 우리가 생각했을 때 예쁘고, 그림이 잘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서 

그 앞에서의 손님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찍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일주일에 적어도 3-4번 같은 길과 상점 앞에서 서성이게 되는데, 

자연스럽게 그 곳에 있는 직원, 그리고 사장님과 익숙해지고 친근해지게 된다. 나도, 그리고 그들도.


이번에는 가게 앞에서 전단지를 나누어주고 있는 친구 한명과 친해지게 되었다. 

서로 수고하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나와 그들은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일을 하는 과정 속에서 서로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새롭고 즐거운 일이었다.


앞으로 먼저 다가가서 그들한테 인사하고, 친해지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서로의 일을 응원해줄 수 있고, 나중에는 정말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Written by. 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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