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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목 Feb 16. 2024

좋은 대화란 무엇인가: 자기 다운 대화.

자기 다운 대화란?

여러 해 전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선종하셨다. 종교와 여야, 국적을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당시 조문객 행렬만 300미터에 달 할 정도였다.

병상에서 남기신 “사랑을 많이 받아서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용서하세요.”라는 말씀은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삶의 중요한 지침으로 삼고 있다. 나뿐 아니라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사망 당시에도 그랬다. 그가 각막을 기증한 영향으로 1주일 동안 장기기증운동본부의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한다.


사랑과 감사, 용서라는 위대한 가치를 전한 말이라서 큰 영향력을 가진 걸까?

그렇지 않다. 그가 평생을 감사와 사랑, 용서를 실천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말에 힘이 생긴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감동적 문구가 아니라 그의 인격, 그의 삶이다.

만약 똑같은 말을 북한의 김정은이 했다고 한다면 어떨까? 살인마나 사기꾼이 했다면?

결국 메시지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말하는 사람의 삶에서 나오는 신뢰감이다. 그래서 메시지보다 화자가 더욱 중요하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대화의 목적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를 위해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소를 로고스(논리) 파토스(정서전달) 에토스(자기다움)라고 정의했는데, 특히 에토스, 즉 말하는 이의 자기다움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아무리 정서와 논리가 갖춰져도 그것만으로 믿음이 생기진 않는다. 사기 전과 18범이 아무리 잘 준비해서 말한다고 해도 그의 사기 전과를 아는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말을 신뢰 있게 전할 수 있는 경우는 별로 없다.
단지 도덕성과 인격만이 자기다움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성과 업적 등 말하고자 하는 해당 분야의 진짜 전문가인지, 관련된 실제 경험이 있는지에 따라 신뢰의 정도가 달라진다.
그래서 사람들마다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분야, 메시지가 따로 정해져 있다.
(그 분야와 메시지는 계속해서 갱신되어 가고 있기도 하다.)


바꾸어 말하면 사람들 모두에게는 이미 마음을 움직일 만한 이야기가 있다!
각자가 살아온 삶을 통해 이미 말할 수 있는 메시지가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걸 말하는 본인이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기가 무엇을 말해야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말하겠다고 덤비면 누가 신뢰할까? 그래서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한 것일지 모른다.
무언가 목적을 가지고 상대방에게 말하려 한다면, 먼저 자신이 누구인지부터 이해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마음을 움직일 수 있.


화술이 좀 부족해서 감정 전달도 잘 안 되고, 내용 구성이 정교하지 않아서 논리성이 다소 부족해도 된다. 대화란, 말이란, 자신의 모든 걸 이해해야 한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가치를 지키고 싶은지, 어떠한 목표와 방향을 가지고 있는지, 자신이 살아온 삶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궁극적으로 스스로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 이 모든 것들을 이해해야만 비로소 가장 자신다운 표현,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자기 다운 상태로, 자신만의 표현을 담아내야 한다.
대화는 상대에게 선사하는 가장 자기 다운 경험이어야 한다.
그게 진정한 대화, 진정한 말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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