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김 부장이 아닙니다
그전에, 김지윤입니다
저는 영서 엄마가 아닙니다
그전에, 김지윤입니다
저는 서순남씨의 장녀가 아닙니다
그전에, 김지윤입니다
저는 지민이의 언니가 아닙니다
그전에, 김지윤입니다
저는 재호 와이프가 아닙니다
그전에, 김지윤입니다
제 안에 제 역할이 참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종종
김지윤으로 살고 싶을 때도 있어요
저는 박 차장이 아닙니다
그전에, 박재호입니다
저는 영서 아빠가 아닙니다
그전에, 박재호입니다
저는 박영효씨의 외아들이 아닙니다
그전에, 박재호입니다
저는 미선이, 효경이, 성미의 오빠가 아닙니다
그전에, 박재호입니다
저는 지윤이 남편이 아닙니다
그전에, 박재호입니다
제게 배역이 참 많이 주어진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여요
그렇지만 가끔은
그저 박재호로 살고 싶은 날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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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내게 주어진 역할에 얽매이느라,
책임을 다해내느라
어느새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