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마레 Jul 04. 2023

서베를린에 숨겨진 보물 같은 공간

소소하지만 특별한 경험이 있는 곳

이름만 들어도 클래식한 감성이 넘치는 이곳은 다양한 베를린의 모습들 중 하나를 보여주는 문학의 집 (Literaturhaus)이다.


아름다운 정원뒤로 작은 서점, 전시관, 카페,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찾아볼 수 있는 이곳은 1890년에 지어진 후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건물이다. 그리고 이곳의 발견은 나에게도 특별한 이야기다. 쿠담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창살 사이로 발견한 다람쥐 한 마리는 파리에서 온 나에겐 놀라움이었다. 파리에서 종종 목격되는 팔뚝만 한 들쥐들은 익숙하지만 대낮에 그것도 아주 잘생긴 다람쥐라니..


다람쥐를 만난 정원 뒤로 서점 입구(오른쪽)와 레스토랑으로 향하는 계단이 보인다.


도심 속 다람쥐가 뛰어놀던 정원은 유난히 푸른빛을 띠었고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순간으로 기억되었다. 그곳은 바로 문학의 집의 앞마당이었다. 서베를린의 중심가 쿠담 골목은 나에겐 런던과 파리의 중간쯤 어딘가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 준다. 넓고 깨끗한 차도는 파리보다 현대적인 거리를 연출하고, 각기 다른 파사드 장식들은 런던 건물의 외벽보다 정제되어 있다. 그 위에 자라난 거대한 높이의 나무들은 여기가 베를린임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고풍스러운 메뉴들이 있는 문학의 집 카페엔 항상 점잖은 노인분들이 꽉 찬다. 높은 천장과 어두운 나뭇결, 클래식한 장식들은 모두 세월을 머금었지만 묘하게도 어딘가 현대적임에 가까운 무드를 가져다준다. 걷기 좋은 4월의 날씨, 베를린에겐 소중한 해가 비칠 때면 꼭 한 번씩 찾게 되는 곳이다.


credit: Phil Dera


    

1890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아주 특별할 건 없지만 커다란 나무들과 어우러져 담백하게 아름답다. 작은 서점과 카페는 독일스러운 클래식함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그 건물이 가진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19세기 후반에는 작은 병원이 있던 건물이었고 몇 년 동안은 매춘부들의 숙소로도 사용된 기록이 있다. 나치 시절엔 문학계의 검열이 이루어지는 본부로 사용되기도 했고, 이후 다양한 소유주들과 용도를 거쳐서 베를린시 문학의 집 (Litteraturhaus Berlin)이 되었다. 문학의 집이라는 어감이 주는 이미지는 그 공간의 차분한 색감을 닮아 있다. 다양한 문학 행사를 개최하고, 문학 작품 발표회와 작가들의 만남, 강연 등이 열리는 의미 있는 장소이다. 전시된 이달의 문학작품상을 보니 내가 독일어만 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건물 내부의 색감과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발걸음을 했다. 친절한 카페 아주머니가 건넨 엽서사진에 담긴 90년대의 모습을 보니 세월을 멋지게 머금은 정겨움이 아직까지 그대로 남아있다.

작가의 이전글 가독성과 어그로끌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