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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거름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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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솨니 Jun 07. 2022

발 끝에 걸리는 무언가.


 낮에 걷기에는 금세 너무 더워져 버렸다. 아침 7시 남편이 출근하고 뒤따라서 모자만 쓰고 나온 오전 시간, 혹은 저녁을 먹고 정리 마치고 밤 9시쯤 걷는다.

 


 그날  자려고 누웠을  마음속에 걸리는  하나 없는  행복이다 말을 좋아한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자주 걸었는데, 발걸음 걸음마다  끝에 무거운 고민들이 걸렸으니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던  분명하다. 바지 주머니 오른쪽에는 불안함이, 반대쪽에는 두려움이 손을 넣을 때마다  끝에 잡혔다. 공항에서 12시간을 뛰어다니느라  범벅에 녹초가 되었지만 어째 헛헛한 마음에 걷는  ‘ 일을  월급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오후에 출근하기  햇빛을 쐬고 싶어  근처를 걸으면서 ‘오늘 제발 무난한 고객들만 만나  일없이 지나가길바랐다. 출근하기 전에도, 후에도  받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오늘의  시간을 겨우 넘기고 내일을 기다리는 것처럼.


 결국 답을 찾아서 회사를 그만두고 걷는 이 시간, 발 끝에 걸리는 것 없이 걸음이 가볍다. 분명 요즘은 행복하다. 주머니 오른쪽에는 평온함과 왼쪽에는 설렘이 손 끝에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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