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박자박
떨어진 낙엽 위를 걷는 건 즐겁다.
계절의 소리가 있다면 이게 가을의 소리.
가지 위에 걸려 단풍놀이를 기다리던 잎들은 이제 모두 바닥에 누워 굴러다닌다.
함께 뒤섞인 모습도 너무 예쁘고,
하나하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고 놈들 각각이 참 이쁘다.
나는 여러 색깔과 모양이 섞여 더 예뻐 보이는 것들을 사랑한다. 사람이 그렇고 숲 속의 관목이 그렇고 무지개가 그렇다.
자박자박 걸으며 낙엽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이 주변에 어떤 나무들이 올 한 해 수고했는지가 쓰여있다.
우리 동네에 사는 친구들 이름을 읽어본다.
벚나무
플라타너스
아까시
떡갈나무
낙엽이 쓰는 이름을 읽어본다.
바닥에 이름 한번 써주고 이제 조용한 겨울로 가나보다.
#서울의하루
#the_days_in_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