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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곰천사 Nov 22. 2016

서로 다른 얼굴을 가진 산티아고의 두 언덕

남미로 맨땅에 헤딩 -37

산크리스토발 언덕에서 바라본 산티아고 시내

볼리비아 비자발급 등의 이유로 산티아고에서 체류 일이 길어질 것 같다. 주요 관광지는 아르마스 광장 주위에 몰려 있기 때문에 하루 이틀이면 충분히 돌아볼 것 같다. 그 이후엔 뭘 해야 하지? 근교에 있는 소도시 비냐 델 마르와 발파라이소를 다녀와도 시간이 남을 것 같은데.


늘어지게 잠을 청한 뒤 오후 늦게 숙소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산 크리스토발 언덕(Cerro San Cristóbal)에 오르기 시작했다. 산 크리스토발 언덕은 산티아고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서울의 남산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케이블카로 오르거나 걸어서 오를 수 있었는데 30분이면 오른다며 산악인은 당연하다는 듯이 왼쪽으로 나 있는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땡볕에 오른 지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정상은 멀었나 보다. 지그재그로 이어진 끝없는 오르막길을 보며 한숨을 쉰다. 저만치 앞서 가는 산악인의 뒷모습이 오늘따라 유난히 얄밉게 느껴진다. 30분이면 오른다는 말은 도대체 누구한테 들은 것인지! 어째 산악인에게 속은 느낌이다. 결국, 두 시간이나 걸려 도착한 언덕에 주저앉아 나는 매우 억울한 몸짓을 취했고 산악인은 미안한지 그저 웃기만 했다. 정상엔 백색의 성모 마리아 상이 서 있었고 그 뒤로 산티아고의 전경이 그림같이 펼쳐졌다. 가까이는 아르마스 광장의 모습도 보였고 시야를 넓혀 바라보니 멀리 안데스 산맥의 최고봉인 아콩카과 산의 모습도 얼핏 보인다. 멋진 풍경임은 분명했지만, 이곳을 오르는 이가 있다면 걷는 것은 말리고 싶다. 케이블카 탑승을 강력히 추천한다. 


산타 루시아 언덕 풍경

다음날 접근성이 좋은 아르마스 광장에 위치한 호스텔로 옮기고 또 다른 명소인 산타 루시아 언덕(Cerro Santa Lucía)을 찾았다. 이곳은 산티아고를 지키기 위해 만든 요새 언덕으로 지금은 성벽과 수풀의 조화로운 공원이 되었다. 산 크리스토발 언덕보다 훨씬 낮아 금방 올랐고 어제와는 다른 모습의 전경을 느낄 수 있다. 북쪽에 어제 오른 산 크리스토발 언덕의 성모 마리아 상이 눈에 들어온다. 


산티아고를 각기 다른 모습으로 조망할 수 있는 두 언덕. 관광객은 아무래도 낮고 볼거리가 많은 산타 루시아 언덕을 많이 찾는 모양이다. 개인적으로도 아기자기한 산타 루시아에 한 표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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