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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우 Jun 10. 2021

그렇다고

학창시절

국제회의 동시통역사를 완전히 배제한 건 아니었다. 수행통역이나 순차통역에 비해 사람을 접하는 부담감은 적을 것 같았다. 통역의 형태마다 다른 특성이 있고, 그에 적합한 기술과 그에 걸맞은 재능이 있는데, 이 점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분야가 국제회의 동시통역이라는 걸 몰랐다.


어릴 때 엄마 손을 잡고 따라간 중앙문화센터의 영어 선생님이 참 선한 분이셨다. 엄마는 선생님에게 내가 수업 진도는 못 따라가도 좋으니 그냥 영어와 친해졌으면 좋겠다고 설명했고, 나는 그때부터 수년 동안 그 선생님 수업을 들었다. 수업이 있는 날은 시내에 나가는 날이기도 하고, 안국역에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파리크라상에서 샌드위치를 골라 먹을 수 있는 날이라 무척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 진학을 고민하며 프랑스어를 고른 것은 아마 최교수님의 영향이었던 것 같다. 아버지는 중국어를 권하셨지만, 한자에 파묻혀 계시기 때문에 고등학교 내내 잔소리를 들을 것 같은 걱정이 들어 마다했다. 사전 답사 차원에서 친구들과 놀러 간 학교에서 우연히 만난 꽤 훤칠한 오빠들이 학교 구경을 시켜줬는데, 그중에 내가 살짝 마음이 끌렸던 오빠가 프랑스어과였던 것도 같다. 학교도 그 오빠들이 있는 곳으로 갔으니, 아예 근거 없는 기억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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