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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Re;Born! 2 09화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

by 이내화

중학교 시절에 대한 기억이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일요일이나 쉬는 날이면 가끔씩 주방 칼을 갈아달라고 부탁을 하곤 했다. 주방 일로 칼이 무뎌진 탓이다. 그러면 아버지는 칼을 가는 숫돌에다 아주 정성을 다해서 칼날을 날카롭게 세워서 어머니께 준다. 그러면 어머니는 마치 새 신발을 선물로 받은 양 무척이 좋아했다.

S그룹 사보에 <이내화의 상담소>라는 가게를 열고 직장인들의 애환이나 고충을 등을 지면으로 통해 같이 고민해 보고 나름 전문가로서 처방전을 주곤 했다. 대개 상사와 부하, 동료 간의 소통, 직장 내 에티켓 등이 주된 것들이었다. 그때 필자가 주로 처방하는 처방전엔 이런 말이 실려 있었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합니다!>

당신에게 질문을 하나 던지겠다. 당신 앞에 문이 하나 놓여 있다. 이 문을 열기만 하면 성공이고 행복이고 당신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고 하자. 그런데 이 문이 잠겨 있다. 그렇다면 이 문을 열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너무 쉬운 질문이다. 바로 열쇠가 있어야 하거나 그 문이 디지털 도어라면 <비밀번호>를 알아야 한다. 이것이 없거나 모르면 당신은 몸으로 문을 부수거나 아니면 어떤 도구를 사용해서 강제적으로 열어야 한다.

이런 말이 있다. “머리가 나쁘면 육신이 피곤하다!” 여기서 머리는 무엇일까? 아마 당신은 학력이라고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그것이 아니다. 여기서 머리는 돌아가는 판이나 흐름 등을 읽은 능력이다. 필자는 이것을 세상력(世上力)이라고 한다. 대개 창업을 하거나 사업을 하는 이들이 초반에 실패로 나가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건 바로 그 분야 또는 그 업종에서 돌아가는 흐름 즉 판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그냥 들이댔기 때문이다. 세상력(世上力)이 약했기 때문이다.

기업에는 업종에 따라 보이지 않는 흐림이나 분위기 말하자면 가풍(家風) 같은 문화가 게 있다. 말하자면 사풍(社風)이다. 이런 탓에 신입사원을 채용하면 일정 기간 입문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입문교육은 보기에 따라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낄 수도 있지만 이런 측면에서 보면 아주 소중한 작업이고 준비나 다름없다. 이는 초보 운전자가 도로에 널려있는 안내판을 숙지하는 것과 유사하다.

가령 당신이 초행길인 시골을 길을 따라 한 밤중에 운전을 한다고 치자. 이때 당신 차량에 <내비게이션> 이 장착이 되어 있으면 사실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런데 이것이 없다면 방향 감각이 없어서 아주 고생을 많이 한다. 아마 그런 경험이 한두 번 정도 있을 것이다. 바로 여기서 머리라는 것은 바로 직장생활을 위한 내비게이션을 말한다. 이것을 <職비게이션>이라고 한다. 여기서 <職비게이션>엔 여러 가지 모드가 있는데 대략 이런 것들이다. 상사의 지도, 기업문화, 부서 분위기, 상사가 자주 쓰는 용어, 업종 트렌드 등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것들을 장착하지 않으면 직장 생활을 운영하기가 무척 어렵다.

<기업 인사담당자는 회사가 규정한 승진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진급에서 계속 누락되는 직장인의 공통점으로 주어진 일만 처리한다는 점을 꼽았다. 30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현재 자사에서 승진, 진급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답한 인사담당자 216명을 대상으로 '승진, 진급제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3명 꼴인 29.6%의 인사담당자가 진급에서 계속 누락되는 직장인의 가장 큰 공통점으로 △'주어진 일만 처리한다'라고 답한 것. 이어 △'본인의 성과를 부각하지 못한다'(23.1%) △'실무자로는 뛰어나지만 관리자의 역량이 부족하다' (21.8%) △'상사와의 관계 등 인간관계가 좋지 않다'(17.6%) △'지나치게 승진에 집착한다'(1.4%) 순으로 응답했다.> (파이낸셜뉴스 발췌)>

직장인들의 꿈은 사실 일터에서 <승진>이다. 인터넷에 나오는 이야기다. “남자들에게 있어 가장 황당한 게 무엇이냐?” 고 물었다. 3위가 차 뒷바퀴에 소변을 보는 차가 출발하는 것 2위 호주머니에 천밖에 없는 것 그렇다면 1위는 무엇일까? 바로 다들 승진하는데 나만 누락되는 것이다.

<날마다의 일상 속에서 만들어내는 작고 사소한 차이를 쌓고 쌓아 응축시켜서 마침내 발화하는 것이 삶의 기적이요, 생활 속의 기적 아니겠는가. 그렇게 보면 우리는 모두가 ‘기적의 생산자’가 될 수 있다.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항상 불만에 차있는 짐 캐리에게 창조주로 분한 모건 프리먼이 이렇게 말한다. “자네 기적을 보고 싶나? 스스로 기적이 되게나! (You want to see a miracle, son? Be the miracle!)”>(중앙일보 발췌)

스스로 기적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 샐러리맨 당신이 우울한 까닭은 변화의 흐름을 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샐러리맨들이 20세기의 사고로 달아나는 21세기를 숨 가쁘게 추격한다. 죽으라고 뛰어봐야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오히려 더 멀어지기 때문에 착란을 일으키는 것이다. 21세기의 샐러리맨은 복잡한 내면과 단순한 외면을 가져야 한다. 다양한 지식과 경험과 인맥으로 무장하고 겉으로는 단순 무식하게 세상과 사회와 회사를 상대해야 한다.

<자동차가 발명됐을 때 모든 사람은 자동차 관련 산업에 열광했다. 자동차 부품, 타이어부터 석유에 이르는 모든 가치 사슬(value chain)이 유망 사업의 대상이었다. 당연히 돈이 몰렸고, 많은 기회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칼 피셔라는 미국인은 도로와 부동산을 생각했다. 자동차가 많아지면 도로가 필요할 것이고, 도로는 사람의 이동을 확장시키면서 그동안 소외됐던 오지(奧地)가 개발될 수 있음에 착안한 것이다. 실제 그는 플로리다주의 부동산 개발을 통해 거대한 부를 축적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정보를 다른 관점으로 해석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 낸 것이다.> (조선일보 발췌)

회사에 인격이 있다는 생각은 20세기의 추억이다. 회사와 샐러리맨 사이엔 오로지 거래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샐러리맨은 어떤 사람인가. 한 마디로 자기 스스로를 부단히 채찍질하는 사람이다. 회사에 봉사하라는 말이 아니다. 불시에 ‘해고’ 통지를 받더라도 밖에 나와 성공할 수 있는 토대를 회사에 있을 때 만들란 얘기다. 하지만, 사실 이런 사람은 회사에서 놓아주지도 않는다. 21세기 샐러리맨의 성공은 바로 이것이거나 또는 이것에서 출발한다. 다시 말해 언제든지 나갈 수 있기 위해 철저히 준비한 사람이 오히려 회사에서 쫓겨나지 않고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다음은 세계 유일 시각장애 앵커에 대한 이야기다.

<KBS 관계자들은 이 앵커가 '지독한 연습 벌레'라고 했다. 뉴스 시작 1시간 전인 오전 11시쯤 기사가 나오면 방송을 시작할 때까지 연습을 반복한다. 방송이 끝난 뒤에도 다른 앵커·아나운서들의 뉴스 음성을 따라 하며 다시 몇 시간씩 연습을 한다. "시력 대신 다른 감각과 집중력이 발달해서 다른 사람의 음성을 들으며 특징과 강점을 빨리 파악합니다. 연습을 많이 해 둬야 급하게 속보가 나와도 자연스럽게 대응할 수 있죠.> (조선일보 발췌)

좌절과 무기력증으로 점철된 하루하루를 사는 이 땅의 모든 직장인들이여. 더 이상 “이놈의 직장, 때리 쳐 버릴까?” 고민하지 말고 직장에 있을 때 성공하라! 그래도 성공은 직장인일 때가 가장 쉽다. 다시 말하지만 머리가 나쁘면 육신이 피곤해질 뿐이다. 당신의 Pathway, 여기에선 당신이 드라이버다. 그 어느 누구도 당신의 차를 운전해주질 않는다. 말하자면 대리운전이 없다는 것이다. 이점을 빨리 깨우쳐야 한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분명히 고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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