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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적작가 Jul 29. 2024

day01. 안녕? 복싱

미친 몸무게라 복싱 시작합니다:1


복싱 일지: 07.29. 월



홈트는 물 건너갔다. 단지 헬스장도 같이 가버렸다. 너희가 나쁜 건지. 내가 나쁜 건지. 날씨가 더워지니 더더욱 가지 않는다. 더는 몸이 견디지 못한다. 진짜 너무 아프다. 하. 몸무게가 미쳤다. 미쳤어. 이대로 가다가는 병원신세 지겠다. 운동을 하긴 해야 하는데. 무얼 해야 할까. 고민고민. 요가, 발레핏, 헬스, 줌바. 딱 결정을 못하겠다. 고민만 몇 개월 째인지. 더운 여름이나 대충 지내보자. 딱 이 마음으로 아픈 통증과 넘치는 살을 미워하며 모른 척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 집 앞 상가에서 오픈 준비 하는 것을 보았다. 뭐가 들어오는 거지. 저 구석 자리에 들어올 만한 것이 없는데. 옆 집 사장님에게 살짝 물어보았다.


'심플 복싱' 복싱전문 센터입니다. 사진을 막 찍고 싶어지는 인테리어~^^


맞다. 바로 ‘복싱’ 센터가 들어온다고 한다. 오, 동네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순간 복싱해 봐. 아주 잠깐 생각했다. 궁금해서 살짝 구경도 했다. 오, 인테리어 괜찮은데. 블랙 앤 라이트블루. 칙칙함은 1도 없다. 링도 있어. 정말 크네. 원투원투. 링 위에서 글러브를 끼고 주먹을 날리는 나를 잠깐 상상해 본다. 출렁이는 뱃살과 팔뚝살이 좀 웃기려나. 아니다. 복싱은 유산소 운동이니 이 살들을 몰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결정은 쉽지 않았다. 이놈의 허리 디스크와 유연성을 잃고 있는 골반. 어깨와 손목, 발목 통증. 근육이 타이트해져 좌우로 움직이기 힘든 목. 나 복싱해도 괜찮을까. 서글퍼진다. 이러니 고민만 할 뿐 쉽게 결정을 못하는 거다. 그런데 이런 내게 동네 언니가 복싱 얘기를 하네. 심지어 언니 따라 밤 9시에 복싱센터에 가봤다. 저는 그냥 언니 따라온 거예요. 딱 요런 포지션으로 휘리릭 구경했다. 간단히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5분도 되지 않아서 나왔다.



복싱. 마음은 있지만 나와의 인연은 아니라. 그렇게 단정했는데. 집에 와서 잠자기 전까지 자꾸 생각이 났다. 에잇. 모르겠다. 근력, 스트레칭, 유산소 다 필요하고 절실하지만. 지금 최우선 순위는 바로 체. 중. 감. 량. 그래, 체중감량이다. 복싱, 하자. 병원신세 지기 전에 살 좀 빼보자. 소원이다. 20대 몸무게는 바라지도 않는다.(20대도 적정 체중은 아니었다. 급하게 고합니다.) 일단 -5kg. 퇴행성 디스크는 무조건 몸무게를 줄여야 하니깐. 땀 흘리면서 운동하면 스트레스도 풀릴 테니깐. 월, 화, 수, 목, 금. 매일 운동할 수 있으니깐. 시간제한도 없다고 하니깐. 오픈 이벤트도 하니깐. 그러니깐. 하는 거다. 복싱. 비상금 털자.


마이 글러브~^^  블랙 글러브는 사랑입니다.


두둥. 오늘 7월 29일 월요일. 복싱 회원등록을 하고 첫날이다. 와-. 미쳤다. 재밌다. 와- 미쳤다. 땀이 난다. 와- 미쳤다. 양팔에 근육통 제대로다. 근데 왜 기분이 좋을까. 첫날부터 글러브 끼고 링 위에서 원투원투 펀치를 날린다. 훗. 칭찬받았다. 첫날에는 칭찬을 잘하지 않는다고 관장님이 말했다. 어설픈 펀치들이었지만 역시 칭찬받으니 기분 좋다. 그런데 칭찬 중간중간에 첫날이라 약하게 하고 있다는 말이 살짝 무섭다. 하하하. 관장님, 하하하. 일단 웃으면서 넘겨 본다. 링에서 내려와 샌드백 연습을 하고 나니 1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첫날에 무리하면 내일 팔을 올리지 못할 수도 있다. 물병에 차디찬 물을 담아 팔에 냉찜질을 하면서 관장님께 인사를 하고 나왔다. 아무래도 집에 숨어있는 파스를 찾아봐야겠다. 내일 팔은 들 수 있겠지. 일주일은 적응하는 기간이니 살살해야겠다. 전완근아, 내일도 부탁해. 원투원투.


      

당분간 냉찜질 단골집이 될 듯해요. ㅎㅎ~:




사진출처: 마이 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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