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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Apr 24. 2024

5년 전의 오늘도 비가 왔다

소집 5주년, 오늘도 소집하나요?   


5년 전의 오늘도 비가 왔다. 시작날에 비라니. 이삿날에 비가 오면 잘 산다는 말을 위로 삼았다. 오늘도 그날처럼 비가 오는 아침이다. 비가 오는 날이라 그런가. 세상이 선명하게 보인다는 말처럼, 어쩐지 그날의 기억이 또렷하다.      


5년 전. 계획 없이 살던 내게 덜컥 공간이 생겼다. 모르는 사람을 맞이하며 덜컥대는 나날이었다. 때때로 한 명도 오지 않는 날들에 안도하기도 했다. 공간과의 낯이 좀 풀리며 이곳을 비로소 사랑하게 되었다.     

 

어떤 사람이 올지 모르고,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이곳에서의 시간은 매일매일 생방송이었다. 예전에 방송 일을 할 때, 유독 생방송 프로그램만을 경험한 이유가 이 때문이었을까 싶었다.      


매주 새로운 아이템을 고민하듯, 매달 새로운 전시를 준비했다. 57번째 전시 <오늘도 소집하나요?>를 준비하며, 그동안의 포스터들을 꺼내 펼쳐 보았다. 소집 벽을 가득 채운 포스터들. 보고 또 보게 하는 작품이 있었고, 그것을 바라보던 한 걸음 한 걸음이 있었다. 그러한 걸음 뒤에 있던 사람들도 있었다. 기둥과 기둥 사이에 걸린 수많은 소집의 추억담에서 나보다 더 큰 소집에 대한 사랑을 읽는다.     

 

멋모르고 덤비는 용기를 기꺼이 너그러이 안아주는 사람들이 따가운 시간을 견디게 했다. 뒷걸음을 곧잘 치던 나 대신 앞서 걸어가 주는 아버지가 있어 소집의 시간은 이어졌다.     

 

소집에서의 5년의 시간은 혼자 살아가는 게 편했던 나에게 ‘함께’의 의미를 가르쳐 주었다. 아닌 것에 연연하지 않게 해 주었다.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했을 때, 전전긍긍거리던 마음은 전보다 의연해졌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땐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알려주었다. ‘어떡해!’가 아닌, ‘어떻게든 되겠지’가 단단해졌다. 느닷없는 돌발 상황에도 초연할 수 있었던 이유다.       


계획 없이 살던 나는 계획하며 살았던 때보다 더 부지런히 살아가고 있다. 마냥 한없이 게으르다가도 며칠 못 가서 다시 걸어 나갔다. 그렇게 오늘도 출근해 지금을 쓰고 있다. 오늘은 5년 전의 오늘을 곁에 두고 함께 보낼 참이다. 


*소집 5주년을 맞아 <오늘도 소집하나요?>을 출간하였습니다. 그동안 소집에서의 시간을 묶은 책입니다. 아직 소집을 찾아주시지 않으신 분들은 책으로 먼저 소집을 여행해 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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