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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퐈느님 Jun 23. 2016

맛있는 맥주가 나타날 때까지 도전은 계속된다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에서 먹고 마신 이야기

북미에서 중미를 거쳐, 남미의 첫 번째 나라 에콰도르에 도착하자마자 남미의 맥주는 어떤 맛인지 궁금했다.

멕시코 하면 타코, 데낄라가 칠레 하면 와인, 아르헨티나 하면 소고기가 떠오르는데... 에콰도르? 내겐 음식으론 너무 생소했었던 나라였다.


맛있는 맥주가 나타날 때까지

혼자 보내는 저녁에도, 동행이 있는 저녁에도, 그 나라의 맥주 한 캔씩 곁들이는 것이 바로 내가 여행 중 하루를 마감하는 방법이었다.

에콰도르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제일 먼저 먹은 맥주는 에콰도르의 첫 번째 도시, Quito에서 먹은 Pilsner

이 맥주는 내가 구할 수 있었던 에콰도르 맥주 중에 가장 쌌다. 게다가 왠지 맛있어 보이는 노란 패키지 덕에 가장 먼저 선택하기도 했다.

굉장히 싱겁다는 것이 이 맥주에 대한 내 평가. 굳이 비유를 해보자면 우리나라 맥주 같은 느낌이랄까. 이 맥주는 다른 맥주가 없을 때 선택하는 최후의 보루가 된 맥주다.

중미에서 남미로 내려가는 길에 처음 만난 Pilsner
캔보다 맛있을까 싶어 주문해 본 병맥주
작은 용량 캔맥주도 있다. 혼자 마시기에 딱 좋은 사이즈


가장 많이 마신 맥주는 Club

에콰도르에서 머물렀던 세 곳, Quito와 Guayaqil, Galapagos에서 가장 많이 마신 맥주는 Club 이었다. Club이 제일 맛있어서 많이 마셨냐고? 아니었다.

보통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에콰도르 맥주가 Pilsner와 Club 두 가지뿐이었다. 내가 만났던 에콰도르 현지인들에게 맛있는 맥주를 물으면 하이네켄을 추천할 정도로 Pilsner와 Club은 그냥 그랬었나 보다. Club이 약간 비쌌지만 Club이 있다면 무조건 Club 선택!

카카오 맛도 있었다. 흑맥주 같은 맛


가장 맛있었던 맥주는 Biela

Club과 Pilsner에서 에콰도르 맥주는 맛이 없다고 포기해야 하는가. 여기까지 와서 하이네켄을 마셔야 하는 건가 싶을 때 나타난 맥주가 바로 Biela. 하지만 이 맥주는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에콰도르에 보름 이상 머물진 않았지만 그래도 매일같이 맥주를 찾아 헤매었음에도 불구하고 Biela는 공항 라운지(라운지는 내가 직접 가보진 않았지만 전해 들었다)와 과야킬의 초대형 마트에서만 봤다. 심지어 초대형 마트에선 딱 한 병 남아있었다.

Biela는 다른 맥주보다 비싼 '나름' 프리미엄 맥주였다. 하이네켄보다는 내 입에는 훨씬 맛있었다.

결국 나의 맛있는 맥주 찾기 도전은 에콰도르보단 다른 나라에서 찾자고 결론 내렸다. (정말 중남미의 다른 나라 맥주들이 훨씬 맛있었다.)


맥주가 다는 아니다, 에콰도르의 술과 칵테일

갈라파고스는 섬에선 항구 근처에 칵테일을 파는 bar가 많았다. 갈라파고스 서퍼들은 물론, 숙소 매니저에게 맥주를 추천해달라니까 모두 하이네켄을 이야기했었다. (그렇게 에콰도르 맥주는 맛이 없던 것인가!)

그네들이 나에게 추천했던 술은 Carpiriña라는 Michelada라는 두 가지 칵테일. (두 가지 술 다 한 번에 알아듣기가 어려워서 이름을 물어본 뒤 휴대폰을 내밀어 타이핑을 부탁했다.)

 이름도 어려웠던 칵테일, Carpiriña. 라임이랑 설탕이랑 에콰도르술이랑 기타 등등을 넣어서 먹는다고 하더라. (사실 그 외의 재료는 서로 알아 듣기가 힘들었다.)

아무래도 대중적인 맛이었다면 에콰도르의 술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겠지만, 에콰도르의 칵테일들이 그러지 못했던 것은 특유의 향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돌아오는 길에 획득하게 된 이 술로 Carpiriña를 만든다고 한다. 숙소 주인에게 물어봤더니 에콰도르의 어느 지역에서 나오는 술이라고.

패키지에서 주는 느낌처럼 무엇을 섞지 않고 먹기엔 꽤나 독한 술이었다. (결국 사이다를 사올 수 밖에 없었다)


처음 보는 과일, 개구리알 아니야?

키토의 호스텔에서 만난 아주머니가 신기하게 생긴 과일이 있다며 늦은 밤 슈퍼마켓까지 동행해주셨다. 슈퍼마켓 주인에게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에스파뇰로 이름을 물었는데 아무리 들어도 내가 다시 발음할 수가 없었다!

숙소에 들어와 까서 먹어보니, 오렌지색이어서 인지 상큼한 맛이 날 것 같은 첫인상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뒤엎고는 신기한 맛이었다.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정말 무맛이다! 신맛도 단맛도 아니고 밍밍한 무맛!

이 과일의 이름은 Granailla. (그라나디야)

안데스 고산지대에서 나오는 과일이라고 한다. 갈라파고스에선 이 과일 맛의 음료수가 있어 신기해서 사 먹어봤다. 음료수도 나오는 걸 보니 꽤 인기 많은 과일인가 보다.

하지만 음료수 역시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시원한 보양식 Ceviche (세비체)

꽃보다 청춘에서 페루를 갔을 때 먹었던 생선요리, 그러니까 우리나라 회 같다고 이야기했던 그 음식 세비체는 사실 페루뿐만 아니라 멕시코, 에콰도르나 볼리비아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새우, 오징어, 조개, 생선살 등 해산물을 소금과 식초에 절여 탱글한 식감에 레몬, 양파, 토마토 등의 채소들이 들어간 시큼한 국물에 담겨 나온다.

생선 세비체, 새우 세비체 등 종류도 많은데 키토에서 Ceviche de Mixto, 그러니까 해산물들이 섞인 세비체를 먹어봤다.

탱글탱글한 새우살과 생선살에 적도의 더위를 잊게 해주는 것 같은 시큼함! 물회 같은 느낌?

꽤 맛집이라고 알려진 곳이어서 그랬는지 사람도 정말 많았고, 나 또한 혼자 앉아 정말 맛있게 먹었다.

사실 몇 년 전, 한국에 페루 식당이 있다는 것을 알고 세비체를 먹어봤었는데 물회보다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기대 없이 먹었는데, 이게 웬걸. 너무 맛있었다. 뭐든 현지에 와서 먹었어야 하는 거였나 보다.


생태계의 끝판왕 갈라파고스의 음식들

갈라파고스, 하면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피쉬마켓이 떠오른다. 갓 잡아온 신선한 생선들과 그것을 받아먹는 바다사자와 펠리컨들!

방송을 보면서 생각했었다. 저기서 생선을 구해 회로 떠서 초장에 찍어먹으면 진짜 맛있겠다고.

그래서 튜브형 고추냉이도 들고 갔는데! 갈라파고스 산타크루즈 섬의 피쉬마켓은 일주일에 1번, 새벽에만 연다고 했다. 결국 한국에서부터 가져간 튜브형 고추냉이는 갈라파고스의 한 식당에 기증하고 왔다.

그렇다면 물가 비싼 갈라파고스에서의 나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가장 많이 사 먹은 외식은 바로 피자와 아이스크림이었다. 갈라파고스에서 피자가 웬 말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물가가 너무 비쌌다. 관광지이기에 피자, 햄버거 같은 무난한 음식들을 가장 손쉽게 먹을 수 있고 또 에콰도르의 다른 지역에 비해 굉장히 비싼 가격이지만 그만큼 대중적인 음식이기에 인기가 많았다.


현지식이라기에 두 번이나 먹어본 음식은 쌀과 함께 나오는 닭요리 혹은 감자요리였다. 오늘의 메뉴처럼 감자요리와 닭요리 중 선택할 수 있었는데 감자를 선택한다면 쌀과 곁들여진 매쉬드포테이토의 자태에 다시 방문하고 싶지 않을 수 있다.

수프와 음료까지 주어지니 물가 비싼 갈라파고스에서 은근 알려진 맛집이 될만했다.

음료와 수프, 그리고 선택한 요리가 쌀과 함께 곁들여져 나온다.

이게 닭과 감자 중 감자를 선택하면 나오는 메인 요리


쌀과 야채를 조금 사서 볶음밥도 해 먹어 봤는데, 에어컨도 없는 덥디 더운 주방에서 조리를 하자니 온 몸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이 줄줄 흐르더라. 다시는 볶음밥은 안하리라 다짐했다.


그래서 계속 먹은 것은 한국에서 공수해 온 라면, 라면, 그리고 또 라면.

덥고 후덥지근해도 라면, 에어컨이 없는 주방에서도 라면, 너무 덥다 싶으면 비빔면이었다.

갈라파고스에서의 라면 5인분

갈라파고스의 살인적인 물가와 특색 없는 음식을 생각해보면 계속된 라면이 그렇게 많이 아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갈라파고스에서 먹어본 음식의 최고봉은 역시 바닷가재! 하지만 3~4인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좀 큰 사이즈의 바닷가재 한 마리에 45달러를 불렀으니, 싼 편은 아니었다. (쿠바에선 같은 사이즈는 10~15달러 정도) 떠나기 전날 밤에야 먹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굳이 갈라파고스에서 먹어봐야 하는 음식은 아니었다.)


라면, 매운 라면, 비빔 라면, 짜장 라면, 짬뽕 라면... 숙소에서 주는 조식 외에 두끼를 라면만 먹어도 행복했던 갈라파고스였으니, 뭘 먹었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생소한 나라 에콰도르, 보름이 약간 넘는 짧은 시간 머물러서 많은 음식을 먹어보진 못했다.

머물었던 기간이 짧기에 에콰도르가 더욱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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