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아리 Nov 01. 2021

애착

오래도록 버리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어릴 때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

면 줄기만 남은 베개, 이불

보고 있으면 그때의 향수에 아득히 잠겨버릴 것 같은 그런 것들


단종된 브라운관 티브이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영원을 맹세한다


- 영원히 함께 하자 사랑해

-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사랑해


말과 목소리

말했던 순간과 사랑하는 사람 둘

찰나가 지나면 사라지고 말 것이며

영원히 있을 수 없는 것들이지만

그렇게 사랑했던 것들은 결국 형태가 없어져도 마음은 남는다


나는 오래전 화산 폭발로 사라져 버린 폼페이에서

죽음 앞에서도 사랑을 약속했던 두 사람의 화석을 보았다


분명 어떤 것들은

형태로

글로

장면으로

기억으로

오래도록 그 자리에 남아 영원히 머문다


나는 죽음조차 갈라놓지 못했던

사랑하는 사람 둘의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

매거진의 이전글 차가운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