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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리 Feb 22. 2022

미련이라 불리는 것들

추천해 준 시를 읽었을까 궁금해

하루에도 몇 번씩 페이지를 들추고 마는 일

말없이 건넨 한마디에

싱크대 위놓인 것들 보여주는 일

한낮에도 해가 떠 있는지

수십 번 창문을 들여다보는 일


손에 땀이 차오를 때

누렇게 바래버린 책갈피를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고

어제 먹은 것들을 물에 담가만 놓았다

창문은 암막커튼을 쳐놓아

낮인지 밤인지 모른다


그럼에도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재생 바를 한 칸씩 옮기고

동그랗게 주위를 둘러싼 노을이

사라지기 전 틈틈이 화분을 옮겨두었다

이불을 덮을 때 수많은 문장에

기억을 가지런히 놓아 두는 것 잊지 않았다


오늘은 유독 코끝이 시리다

어두운 복도에 불이 꺼질 때마다

미련이라 불리는 것들이

종종 발에 차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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