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해 준 시를 읽었을까 궁금해
하루에도 몇 번씩 책갈피처럼 접힌 페이지를 들추고 마는 일
말없이 건넨 눈짓에
싱크대 위에 가지런히 놓인 것들 보여주는 일
한낮에도 해는 잘 떠올랐는지
그림자가 기울어질때마다 수십 번 창문을 들여다보는 일
적당한 문구가 떠오르려 할때면
누렇게 바래버린 모퉁이를
몇번이고 접었다 폈다했고
어제 먹고 남은 딱딱한 것들은 물에 담가만 놓았다
구석처럼 구겨진 방 안은 암막커튼을 쳐놓아
낮인지 밤인지 모르게됐다
그럼에도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재생 바를 한 칸씩 옮기고
동그랗게 주위를 둘러싼 노을이
사라지기 전 틈틈이 화분을 옮겨두었다
이불을 덮을 때면 수많은 문장에
기억을 가지런히 놓아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늘은 유독 코끝이 시리다
어두운 복도에 불이 꺼질 때마다
미련이라 불리는 것들이
종종 발에 차이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