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잎클로버 대신 세잎클로버
내 왼쪽 어깨에는 미니 타투가 있다. 조그마한 점을 기준으로 그린 연두색 세잎클로버!
요즘 독감이 아주 독하다길래 퇴근하고 독감 예방 주사를 맞으러 역에 있는 가정의학과에 갔다.
키오스크로 접수를 하는 곳이었다. 디지털 기기를 다루지 못하면 기본적인 생활도 힘든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키오스크에 내 정보를 입력하는데 누가 뒤에서 내 주민등록번호를 보고 외우면 어떡하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나의 N력이란...)
접수를 한 후 독감예방접종을 받으러 왔다고 데스크 선생님께 말했다. 이럴 거면 이것도 키오스크에 입력할 수 있게 해도 되지 않나 생각했지만 시스템이 안 되는 거겠지 하고 넘겼다. 잠시 기다리라고 해서 등받이가 있어 편해 보이고 진료실가 상대적으로 가까운 사람이 없는 소파로 가서 앉았다. 10분 정도 뒤에 기계가 내 이름을 부르며 제1 진료실로 안내했다.
왼쪽 팔뚝에 주사를 맞기 위해 팔을 걷었더니 어깨에 있는 나의 작고 귀여운 타투들이 보였다.
그중 세잎클로버를 보고 50대 정도로 보이는 의사 선생님께서 왜 잎을 하나 더 그리지 않았냐고 물었다. 나는 세잎클로버가 행복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의사 선생님은 "네 잎은 행운이고 세 잎은 행복이야? 행운보다 행복이 더 좋아?"라고 물었다. "행운을 바라기보다는 그냥 행복하고 싶어요."라고 대답했다.
유치원에 다닐 때인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수많은 세잎클로버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네잎클로버를 찾느라 한참 놀이터를 뒤진 적이 있다. 쪼그려 앉아서 네잎클로버를 눈 빠지게 찾다 포기하고 이내 실망했다. 없을지도 모르는 네잎클로버를 찾으려고 왜 그렇게도 애를 썼는지 모르겠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목을 맬 때가 있다. 조금만 돌아보면 내 주위에 행복을 주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말이다. 그래서 요즘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있다. 소중한 사람들과 평온한 일상을 보내며 계속 행복하고 싶다.
점심 먹고 들어오는 길에 산 빵을 팀원들이랑 다 같이 나눠 먹을 때, 우연히 들어간 음식점이 맛집이었을 때, 내가 가자마자 신호가 딱 맞춰서 바뀔 때, 그냥 올려다본 하늘에 구름이 너무 예쁠 때, 대충 묶은 머리가 너무 마음에 들 때... 더 보기
내 주위엔 행복들 투성이다!
오늘 독감 예방 주사 덕분에 브런치 글을 썼다.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