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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 작 하는 그녀 Jan 02. 2021

"내려와도 괜찮아"

짧은 수작 에세이 1

사람이 한번 올라가면 내려가기 힘들다지만

한번 내려오올라가기 힘든 것도 있요.


사회적 지위가 올라갈수록

운전하는 자동차가 좋아질수록

좋은 동네로 이사 갈수록

한번 올라가면 내려오기 힘들고 하죠.


아마도 내려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말해보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이 자꾸 신경 쓰입니다.


상승이 아닌 하향 곡선에 서 있다는 낯뜨거움,

불필요한 주목을 받게 되는 것이 두려워서 인 것 같습니다. 


반면 한번 내려오니 올라가기 힘든 것도 있네요.

아이 낳고부터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9cm 하이힐에서 5cm 구두로, 3cm 단화로,

이젠 바닥이 푹신한 운동화로,

밖에만 나가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와 언제든 뛸 준비를 해야 했으니까요.


구두 굽의 높이가 다리를 매끈하게 돋보이게 해 주고

작은 키를 조금은 커 보이게 해 주고

정장을 잘 차려입은 사람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내 자존심을 높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 생활에서도 소위 말하는, 힘 있는 부서나 잘 나가는 부서에서만 근무하는 것이

승진 시기에는 한 번의 누락도 없이 올라가는 것이

자존심이고 자부심이었습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내려와 보니

운동화가 주는 푹신함에

언제든 뛸 준비를 해주는 민첩성에

꼭 올라서는 것만이 최선이 아님을


하이힐만 신고 있었다면 내려온 편안함을 몰랐을 거 같습니다.

운동화만 신고 있었다면 올라간 우월감을 깨닫지 못했을 거 같습니다.


하이힐이어서, 운동화이어서가 아니라,

두 발이 오늘도 자신을 지탱해주고 있음에

다독여 봅니다.

"내려와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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