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연휴에는 독감에 걸린 아들을 돌보고 있는 아내를 두고 저와 둘째만 처가댁에서 1박 2일을 묵었습니다. 아내도 없이 처가댁에서 1박을 하는 것이 불편한 것 아니냐 라고 생각하실 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장인어른 장모님, 아니, 아버님 어머님도 편하게 대해주셨습니다. 덕분에 근처에 계시는 장모님의 어머님, 즉 제 아내의 외할머니까지 뵙고 맛있는 점심도 얻어먹었습니다.
저는 '장인어른, 장모님'이라는 호칭 대신 '아버님, 어머님'이라는 호칭을 씁니다. 아버님 어머님께서도 저를 'ㅇ서방!'이라고 부르시는 대신, 'ㅇㅇ아!'라고 부르십니다. 서로 편하고 또 가깝게 느껴져서 참 좋습니다.
아내를 만나고 처음으로 아버님 어머님께 인사드렸던 날이 생각납니다. 참 긴장되는 순간이었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좋게 봐주시고 편하게 대해주셨습니다. 부모님들께 결혼 얘기를 드리기도 전에 아내의 임신 사실을 먼저 말씀드렸을 때도 참 기억이 많이 납니다. 어머님만 댁에 계셔서 아버님을 기다리다가 결국 아내가 참지 못하고,
"엄마 나 임신했어!"
라고 폭탄선언을 했는데, 그 순간 장모님의 얼굴이 지금도 기억에 많이 납니다. 천장을 한번 바라보시더니 이내 저희를 바라보시고, "축하한다, 축복이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얼마나 마음이 편안해지던지요. 약주 한 잔 하시고 밤늦게 들어오시느라 다음날 아침에 이 소식을 들은 아버님께서는 '급분노->바로 수긍->기쁨'의 감정을 10분 안에 다 표현하셨다고 합니다. 참 감사한 일이지요,
저는 솔직히 아버님 어머님이랑 함께 있으면 불편하지 않고 편안합니다. 정치적 성향이 맞지도 않고, 종교적 성향이 맞지 않지만 일절 강요하시지도 않습니다. 두 분 다 교회에 정말 열심히 다니시지만, 교회에 다니라고 말씀하시기보다는 '우리가 훌륭하게 사는 모습을 보이면, 너희가 우리를 따라서 믿음이 생길 거라고 본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제가 가지고 있는 종교관이나 정치관 같은 민감할 수 있는 소재들도, 아버님 어머님께는 편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결혼을 하게 되면서, 아버님께서 저에게 해주신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도 이제 가족이 된 거고, 나는 너를 사위보다는 아들로 생각하고 싶다고.' 사실 요즘 가치관과는 맞지 않는 말씀일 수도 있습니다. 며느리-시댁, 사위-처가댁 간에는 적당히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게 진리처럼 얘기되고 있는 세상입니다. 그래도, 가능하다면, 서로 원한다면, 가족이 되어 가깝게 지내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꽤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거든요.
제가 최근에 제일 좋아하게 된 시간이 있습니다. 부모님들을 모시고 캠핑을 하는 시간입니다. 아버님 어머님을 모시고, 또는 저희 부모님을 모시고, 어쩔 때는 양가 부모님을 함께 모시고 캠핑을 합니다. 양가 부모님들께서도 가까운 동네에 사시는 덕분에 저희가 없어도 서로 자주 왕래를 하십니다. 덕분에 모두 한자리에 모여도 한가족이 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아내를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였지만, 아버님 어머님과 새로운 가족의 연을 맺은 것은 사실 처음엔 기대하지 않았던 결혼이 가져다준 또 다른 복입니다. 아버님 어머님께 조금 더 자주 연락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