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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 페루 리마에서(20)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선종 미사

by 윤메로나

새삼스레 고양이들이 모여 사는 공원이 궁금해졌다

남편은 주말에도 일을 하기에

케네디 파크라 불리우는 그 공원이나 다녀오자며 제안을 했다

관광객에게 유명한 곳이라 안 갔었는데

그래 한번은 가보자 싶어 다함께 나섰다


공원은 유튜브에선 보던것과는 또 다르게

평화로웠고 그럼에도 활기찼다

고양이들은 어찌나 늘어지게 잠을 자는지

사방이 뚫린 잔디에서 널부러져서 잠을 자기도 했다

저녁과 밤에 사람이 더 많은 탔인지

몇 녀석은 눈을 못 뜨고 잠을 청했다

지난 밤의 고된 집 소개와 손님 맞이 덕이였으리라


케네디파크에는 큰 성당도 있었다

마침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선종 미사가 있는 날이라 밖에는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사람들의 잔잔한 눈길이 머물고 또 흩어지고 했다

예상치 못하게, 장식된 관을 사람들이 지고 나오며

기도와 노래를 했다 사람들은 평생을 봉사하면서

사신 그 분의 죽음을 슬퍼하며 눈물지었다

그런데 그 광경은 엄숙하기만 한 것이 아니였다


사람들은 존경을 담았지만 경직되지 않았고

울고 있었지만 오열하지 않았다


노래가 끝나고 관이 성당입구를 빠져나가는 듯

머무르더니 갑자기 꽃가루가 하늘에 뿌려졌다

왜 아름다운 꽃가루가 이때 뿌려지는걸까..

교황님을 위한 미사라도 선종 미사인데..

생각을 하며 옆의 아저씨에게 물어보려 했지만

사람이 많아 내 말이 들릴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한번

다시 마지막으로 한번 더 시간을 두고

핑크빛 붉은빛 종이 꽃가루는 하늘에 뿌려졌다


그때였다

사람들의 장례식을 보며 한껏 허무해졌던 마음은

교황님의 선종 미사를 보며 가득 자유로움으로

채워졌다

교황님의 환한 미소가 꽃가루에 화답하는듯 했다 죽음앞에서 드디어 자유를 되찾은

교황님은 밝게 웃으며 감사를 표하는것 같았다

날 위해 울지 말아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울어요

나는 이제 자유롭고 편안합니다


주님 제가 밝게 어린아이처럼 웃어도 되는 것 입니까?

주님 제가 마음껏 성당 밖을 뛰어 다닐 수 있습니까?

주님 몸과 마음이 아픈 이들의 기도에

제가 더 이상 아파하지 않아도 정녕 괜찮은 것입니까?


그 분의 목소리가 들린것은 아니였지만

그 모든 장면들과 향의 냄새와 기도들과 맑은 하늘은

이렇게 나에게 들렸다


성당 문앞,

바닥에 떨어진 핑크색 꽃가루를 집어 보는

아이들의 미소에

잔잔하게 바람이 불어 아이들의 손바닥에 있던 꽃가루를 간지르는 그 모습에

다시 잡겠다고 미소지으며

꽃가루를 향해 한껏 팔을 뻗은 아이의 모습에

아이들을 사랑하셨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머무르신 듯이 풍경은 따사롭고 평온했다

사진으로 찍어 남길 수 없었던

그 밝고 따스한 온기는

오래도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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