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도의 추위가 시작 되다
5월 중순인 지금, 이제 리마는 가을을 벗어나
겨울을 맞이하려 하고 있다
공식적인 겨울의 시작은 5월 말이라 하는데
며칠 전부터 밤에 서늘한 추위가 느껴진다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한다
'으슬으슬, 너무 춥지는 않지만
은근히 뼈가 시리는 추위'라고
저녁을 먹고 환기를 충분히 시키느라
창을 열어두었더니 아주 시원한 공기에 잔뜩 춥다
이렇게 추울수가 있나! 서둘러 창문들 단속을 하며
이불로 뛰어 들어가 핸드폰을 확인하니 17도이다
복잡했던 일도 머리 아픈 일들도 추위 앞에 잠시
힘을 잃고 오직 몸을 따뜻하게 하는것에 집중한다
이곳에서 만난 벗과 이불속에서 메세지를 나누며
한국말로 마음 편히 이야기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막내는 부시럭 거리면서 내 등 뒤에 자신의 몸을
붙여 애벌레처럼 꼬물거린다
덕분에 막내의 체온도 나의 체온도 난로를 켠 듯
따스히 올라간다
잠이 들어 숨소리가 달라지고
손가락에 끼어있는 만화책을 떼어 두면
드디어 고요한 밤이 정겹다
오늘의 고민들은, 이 무게들은 잠시 뒤로 하자
내일 아침의 따스한 라떼가 책임지도록
내일 아침에도, 따스한 라떼도 해결 못 할 일들은
그저 또 그렇게 내일 다시 마주하자
또 하루를 살아내도록
17도에도 뼈가 시리듯
18도에도 더위에 녹아 내리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