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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육아합니다(20)

녀석에게는 사춘기도 왔다

by 윤메로나

녀석은 나의 모든 것에 반박한다


녀석은 나에게 한마디라도 지고 싶지 않다

녀석은 나와 대화가 하고 싶지만

녀석은 내가 말을 거는 것을 싫어한다

녀석은 일상대화말고 주제를 놓고 토론을 원한다

녀석은 나보다 힘이 훨씬 세졌고

녀석은 키가 나보다 머리 하나 커졌다

녀석은 배은망덕한 나쁜 놈이였다가 죽일놈도 된다

녀석은 맞는 말도 잘 한다

녀석은 내가 당황하면 슬며시 승리의 입꼬리를 올린다

녀석은 보기 싫다

녀석이 없으면 너무 보고 싶다

녀석은 나를 잘 알고 있다

녀석은 나를 보아 왔다


녀석은 그가 작고 어렸을때 내게 받았던 가시들을

모아, 모아 작은 통이 큰 항아리가 될 때까지 모아

나에게 다시 꽂아내고 있는중이다

내가 만든 가시들은

아프고 또 시리다

그것들은 독하고 뾰족하다


그 작은 아이가

이것을 어찌 견뎠을까

"이제 나는 엄마보다 힘도 훨씬 세고

이젠 논리로도 엄마는 내게 안돼"

나도 모르게 그 무시하는 눈빛 앞에 크르릉하고

짐승으로 변하는 내가 답답하다

둘째가 와서 내 손을 잡고 말린다

조용히 끌어 당긴다

막내도 달려 온다


형의 반토막도 되지 않는 막내는 형에게, 나에게

싸우지마 그만해 하며 바로 마찰을 말린다

형에게 좋은 소리를 들을리 없다

성인이 되려는 숫사자의 으르렁거림에도

작은 강아지처럼 싸움이 커지지 않게 막을 수 밖에

이미 큰 난리를 몇번 이곳에서 치룬 뒤여서

바로 떼어 놓는게 상책이란 것을 아는 것 이다


그런데

저 오만한 눈빛과

저 차가운 말들과

저 원망과 비난은

부인하고 싶어도 내가 했던 것들이였기에


내가 했던 노력과 사랑과 헌신보다

강하게 그의 마음 속에 남아

응어리져서 풀어내야만

녀석이 살 수 있기에

그저 그 끝에는 너의 마음은 눈녹 듯 녹아

마음껏 사랑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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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