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를 육아합니다(19)

그냥 두자

by 윤메로나

함께 누워 있던 막내의 발에 몇번을 맞아

도대체 무슨 꿈을 꾸냐고 슬슬 화가 나려던 참이였다

아이는 온갖 인상을 쓰고 알수 없는 짜증을 내는듯

몹시 괴로워 보였다

악몽이 아니구나


막내는 간헐적 천식이 있다

말 그대로 간헐적이라

오후시간에 많이 웃거나 화가 많이 났다거나

코감기가 며칠 이상 지속되었을때 등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어쩌다 한번씩

밤에 숨쉴때 삐익삐익 소리가 나서 벤토린을

상비해놓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숨쉬기가 많이 고통스러워

바로 응급실을 가야 하는 상황이였다

급히 남편에게 전화를 하고 겨우 내려가서

기다려 차를 타는데 천천히 걸어 오는 모습과

남편의 라즈베리향 전자 담배 냄새에

위장이 꿈틀거렸다


나도 모르게 아픈 아이와 고생하는 남편에게

비명을 지를 뻔 했다

라즈베리가 이렇게 역겨울 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응급실이지만 아주 급하거나 뛰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침착했고 느리기까지 했다

첫 네블라이저가 착용되기까지

침대에 앉아서도 꽤 시간이 흘렀고

아이는 가슴을 잡고 온갖 인상을 쓰며 힘들어했다

약물들을 겨우 흡입하고도 아직도 고통이 심해서

발버둥을 치며 소리없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남편이 주말에도 회사에 나가는 것도

항상 바쁘고 급한 것도

그놈의 담배는 끊을 수가 없는 것도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닌데


남편은 내가 좋아하는 라즈베리 향을 택했다

내가 좋아하던 라즈베리향은 잘못 없이

가장 싫은 향이 되어버렸다


천식이 아이에게 발생한건 몇 번이 안되기에

이정도면 집에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3가지의 처치를 하고도

아이는 다시 고통을 호소했다

의사는 다시 추가 처치를 시작했다


그저 예측된 회복이 빗나가자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았고

오직 아이가 숨을 편히 쉴 수 있길

그 하나만 중요했다


외국에서도 무사히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안도감과

아이가 두어 시간이 지난 이제야

수월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단 사실은

그저 감사한 일이 였다

남편도 내가 잠시 의사에게 나갔다 온 사이

담배를 꼭 끊겠다고 아이에게 약속 했다

다행이다 함께 응급실에 올 수 있어서

다행이다 집에 갈 수 있어서


조잘 조잘 겨우 이야기하는 아이는

집에 얼른 돌아 가서

강아지와 누나를 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걱정 할 텐데 누나가 잠도 못자고 있을텐데"

이제야 괜찮다고 메세지를 딸에게 보내니

알겠다고 이제 자겠다고.

아니나 다를까 거실을 지켰던 모양이다


"형은 우리가 나올 때 방문을 닫고

자려고 누워서 음악을 듣고 있었어서

우리가 응급실에 온 것도 모를꺼야

혼자 행복한 시간을 보냈겠는데, 얄미워?"


"그냥 두자, 행복하라고"

"왜? 서운 하지 않아?"

"어쩔 수 없지, 어른이 되려고 하니까 서운해도."

"이런 시간이 있어야 해.

형은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 어른이 될 수 있대"

사춘기가 극심한 첫째에게 항상 서운해 하는 막내는

내가 이런 말을 할때마다 툴툴 거렸는데

마음 속으로는 이해 하고 있었구나.


나는 아이에게 그렇게 말 해오면서

정작 나 자신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눈으로 바라 보았나보다


남편도 나도 다른 누군가도

그냥 두자 행복하라고

스스로 느끼라고

조용하고 담담한 조언이 아니면

들리지도 않을 그 말들을 뱉으며 상쳐주지 말고

그냥 두자














keyword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