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에게 봄이 왔다 ㅡ뒷 이야기
나를 육아합니다 (17)과 이어지는 뒷 이야기
우리는 우르르 녀석에게 다가갔지만
그걸 좋아할 리 만무했고
다 휘이휘이 물리치고 나서
나라도 이 궁금함을 해결해야겠다 싶었다
"왜? 뭐래? 무슨 일 있었어?"
틀렸다... 너무 촐싹대는 마음을 들켰다 라고
생각했지만 녀석은 살짝 오픈하고 싶은 눈치였다
어찌저찌 회유와 협박이 오가며
마지못해 녀석은 편지를 보여주었다
"아..... ........"
꽉 차게 눌러쓴 그 고운 글들을 보고 있자니
잊고 있던 기분이 들었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같은 풋풋함에
그 시절 내가 사랑 했던 소녀
클래식 같은 영화의 장면들 안에 있는 듯
다락방 서랍속에 넣어 놨던 보물 상자를 열듯
천천히 읽고 나름의 고민으로 뒤죽박죽한 녀석에게
조용히 이야기했다
"어떤 결정을 한대도 괜찮겠지만,
이런 마음을 소중히 하고, 고마워하는 마음은
부끄러운게 아니야.
엄마는 이런 일들이 영원 할 줄 알았는데
다 시기가 있는거 였더라구
남들 눈 의식하지 말고 현재를 살아 보렴"
소녀가 너무 예뻐서 그랬을까
내 아들에게 이성교재는 부디 천천히 하라고
당부했던 나는 그 인기가 영원할 것 같냐
그애가 아깝다라는 우리집 여론을 잠재우고
조용히 미소지을 수 있었다
그 날 이후
손 수 만든 비즈 열쇠고리같은 그녀템들이
살포시 아들에게 하나 둘 늘어가기 시작했고
의심을 품고 사귀는 거냐고 할 땐 그런거 아니라던
녀석이 점점 말을 아끼고 표정은 좋아질 무렵엔
그들은 커플이 되어 있었다
둘째는 한류탓이라며
인기의 속절없음을 이야기하고
첫째는 다른 한국인도 있다며
가진 자의 여유를 보였다
8살 막내는 난 언제 여자친구가 생기냐며
자기는 모태솔로라는 이상한 말을 했고
몹시 바쁜 남편은 늦게 전해 듣고
자기가 사귀는 듯 크게 웃었다
그리고 녀석은
평정심을 찾으려는 앞모습과 다르게
뒷통수가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