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 다문 입술과 진지한 눈빛
범상치않게 바둑알을 놓는 손
중간중간 눈을 지긋이 감고 하늘로 턱을 드는
고뇌의 순간까지
이창호 9단이 방문한 줄 알았던 유치원 바둑대회가
열렸다
유치원 7살 반들에서 각 4명씩 뽑아
토너먼트로 승자를 매기는 방식이라고 했다
지난 주에 막내는 본인과 아끼는 친구 둘다
반대표로 뽑혔다며 행복해했다
'아 그렇구나 재밌겠다 열심히 해봐'
셋째 엄마는 특유의 노련함으로 그 작은 손을
잡고 걸으며 대답을 했다
작은 손은 차분한 대답에도 살랑이는 흥분을
뿜으며 힘이 잔뜩 들어갔다 작은 새를 손에 살짝 쥔듯 퍼득이는 그것은 행복으로 들떠 있었다
드디어 어제, 결전의 날
아이는 떨리는데...하며 후우 심호흡을 한다
모른척 킥킥 웃음이 나는걸 들키지 않으려
'이기던 지던 재밌게 잘 하고 와 우리 아들'
하고 보낸다
하원하는 차문이 열리자 선생님께 인사를
하는 동시에 와르르 말들이 쏟아진다
어찌 참았을까 엄마에게 전화라도 하고 싶었을
텐데 하며 생각하니 퍽이나 귀엽다
나는 4강까지 했어!! **이는 전체 3등이야!!!
**이는 상장을 들고 눈으로 가득 웃는다
원래도 눈으로 잘 웃는 친구인데 행복해하며
스마일 표정으로 웃는걸보니 모두가 행복하다
집에 와서도 그 긴박했던 대국의 순간들과
절차에 대해 쏟아내던 막내는 어느 순간
자신의 친구 **이가 너무 대단했다며 3등이라니
편지와 선물을 줘야겠다며 납작한 거북이처럼
종이에 무언가 끙끙거리며 적어 내려간다
막내가 **이랑 바둑을 하고 졌을 때
'이제 네가 우리반의 마지막 희망이야
나 대신 꼭 이기고 돌아와줘!!'
이렇게 외쳤던 순간을 재현하면서는
살짝 눈물도 맺힌다
이토록 비장한 바둑 대회였는지는 미쳐 몰랐다
종이로 접은 작은 미니카 4대와 편지 한장을
보고 넣을 만한 작은 비닐을 준비해준다
온전히 친구의 행복을 축하하고 대견해하는 마음
친구의 행복에 내가 더 행복한 사랑 가득한 마음에
저 깊이부터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