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육아합니다(14)
다른 아이를 볼 때는 보이는 것들
둘째의 6학년 생일파티를 집에서 해보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밖에서 생일파티는 해왔지만 집에서 음식을 차려서 여러명을 초대해보는 것은 중학교 가면 안하겠다 싶었다
김밥은 맛난곳에 시키고 과일과 나쵸에 살사 소스
제육볶음과 라볶이, 그리고 직접 구운 쿠키와 간식과 음료들에 나름 열심히 차려 보았다 집을 정리하고 청소하며 즐겁게 준비하고 친구들 5명을 맞이 했다 딸까지 남녀 섞여 6명이 집에 있는데 그게 뭐라고 신경이 많이 쓰였다 평소보다 좀 더 웃는 얼굴을 장착하고 있어서 그런 걸까
생전 안하던 앞치마를 예쁘게 입고 요리를 하고 있는데 얼굴이 발그레한 남자 아이가 다가왔다
"어머니 요리를 잘 하시네요 저도 집에서 2주에 한번 주말마다 떡볶이를 만드는데 어렵더라구요"
"어머니 제육도 하시는거에요? 정말 맛있어보여요 전 매운거 좋아하는데 매콤한 냄새가 나요"
아이코 뭐 이렇게 사랑스러운 6학년 남자아이가 있나 외동이라는데 형제 자매 많은집의 막내같이 타고난 다정함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 친구에게 귀가 쫑긋 열리기 시작했다
이건 이런거야 이런것도 있었니? 이렇구나!
세련되고 배려하지만 엄청 개구쟁이에 신나는 상황도 잘 이끌어 나갔다 내가 일에 집중하느라 왔다갔다 하고 있으면 어느새 조용히 나에게도 말을 걸어주었다 그녀석은 참 귀여운 녀석이였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 얼굴 내 표정하나를 다정히 면밀히 살피던
내 아이들에게는 왜 그리 힘들었던 걸까?
"엄마 힘들어? 엄마 쉬었다 해요 엄마 ..."
하고 어느새 내곁에 조용히 와있으면
"엄마 일하는거 안보여? 방해되니까 말걸지 말아 줄래?엄마도 빨리하고 딴거 해야 해 "
하고 날을 세웠던 적이 많았다
소중하고 따뜻했던 내 아이들의 눈빛을
그대로 보고 느끼고 맘껏 행복하기엔
너무 나이도 몸도 정신도 어렸던 것일까
그 친구에게 환히 웃으며 우리 딸이랑 결혼해라
라고 해서 딸에게 구박을 받았지만 그래도 좋았다
한마디 한마디 저렇게 따뜻하고 즐거운 아이의 장모가 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갖게 되었다
딸은 가족들과 있을 때 보다 더 환하게 웃었고
친구들도 아파트라 뛰지 말자 트롤짓은(?) 하지 말자라며 고학년답게 서로 자제하며 신나게 놀았다
열심히 음식을 다 차렸는데 상이 너무 허전했다 간식들을 옆으로 치우긴 했지만 너무 뭐가 없네?
내가 당황하자 아이들은 왔다갔다 하면서 저희가 다 먹어서 그래요 하며 다 큰 어른을 위로 했다
내 아이들에게도 친구들에게도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하는 시간은,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다른 이의 마음도 이해하는 것,
소박한 생일 파티에서도 따뜻하고 건강한 교류를 하는 아이들에게 그 마음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