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육아합니다 (13)
장염이 찾아 왔던 새벽(더러움주의)
첫째가 내 심장이라면
둘째는 보석이며 어여쁜 사탕이였다
첫째는 아무리 나와 분리하여 생각 하려 해도
사소한 행동도 버릇도 습관도 화를 내는것도
단순하게 그저 바라보기 어려웠다
이래서 이런게 아닐까, 저래서 저런게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나를 꼭 축소해놓은 첫째는 그리 분리가 어렵고
모든것이 의미가 있었다
둘째는 그저 사탕같았다 울어도 똥싸도 귀엽고
오빠에 비해 썩 영리한 모습은 덜했지만 그 자체로
그저 귀여웠다 걱정보다는 있는 그대로 좀더 편안히 마주하는게 가능했다
(아래부터 장염관련 더러운 내용 주의)
첫째가 처음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면서 장염에 걸리게 되었다 분수토가 무엇인지 직접 눈으로 보게 되었고 누군지 이름을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예민한 첫째는 토를 했다는 불쾌감에 소리를 지르며 울어대고 입을 틀어막으며 손에 뭍은 토사물을 보고 기겁했다 괜찮아 잠깐만 기다려 하고 치울것을 들고 온 나는 황당한 상황에 말을 잃었다 손에 묻은 토가 더럽다고 손을 털어버려 벽에도 토가 묻고 이불 바닥등에도 묻어 있었다
이해한다 장염이니 배는 꼬일듯 아프고 두렵고 무서웠을테지만 그때는 두어번 토를 하고 설사를 갑자기 해서 나도 당황했던 것이다 기침등으로 몇번 응급실을 가본지라 더욱 심해지지 않는 다면 아침에 병원 열자마자 가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다 다만, 아이의 예민함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 후로 울음을 달래던 티셔츠와 이불등을 입었다 벗었다 새로 갈았다를 반복하며 아이를 달랬다
남편은 해외출장 중이였고 둘째는 10개월인가 했을 때 였다 이 난리통에 문제는 아기인 둘째까지 설사를 시작 했다는 것.
원수같은 장염균 녀석은 며칠동안 이미 잠복기를 거쳤었나보다 첫째를 안았다 둘째를 안았다 배를 문지르고 주무르다 내 정신도 아이들의 정신도 희미해져서 어느 순간 셋 다 잠이 들어버렸다
"앗 뭐야"
기절한듯 잠시 잠이 들었던 내손에 축축하고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세상에 맙소사
10개월 둘째의 기저귀 위로 설사가 새서 위로 올라와 있었다 아마도 두번 설사를 한 것 같았다
머리까지 젖어 있는 둘째를 씻기며 미안함에 울며 고마워하던 초보 엄마였다
이것은 둘째의 끈기있는 성격과 참을성의
떡잎을 보여줬던 것일까? 억지스럽지만 둘째는 꾸준하고 손재주가 많고 참을성이 있다
예민한 가족들 사이에 어디서 이런 아이가 왔을까
하는 의문이 매일 있다 설사 속에서도 잠을 청할 수 있었던, 내겐 너무 사탕같은 존재인 그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