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육아합니다 (12)
갓난아기와 나 사이의 유리벽
갓난아기는 아들과 딸의 구분이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안아 보니 달랐다
아들은 묵직하고 딸은 가벼웠다
그 갸냘픈 아기가 몸무게도 차이가 얼마 안나는데도 그리 달랐다
그래서였을까 둘째는 정말 귀엽고 예뻤다
아기때엔 까무잡잡한 피부와 작은 눈으로
태어나 오빠와 비교를 많이도 당했다
아버님은 '느그 어머니 닮았다'
라고 하셔서 그땐 속으로 생각했다
'새엄마세요'
우리 부모님은 남편 똑 닮았다고 하셨다
사실 딸이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무척 닮았다
심지어 처녀였던 아가씨는 처음 보자 이렇게
말했다 '애기가 머리가 크고 못생겼어'
나는 제왕절개 후 진통제를 주렁주렁 달고
복수를 결심했다 나중에 그녀가 아기를 낳으면 무조건 못생겼다고 하리라!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아가씨를 용서했다
두 귀여운 아이들과 고생하고 있기에
아이들은 생김새로 판단하는것이 아니다 그 안의 보석이 얼마나 빛나는지 그 두눈이 얼마나 맑은지
부디 똑바로 보길 바란다
첫째는 왕발을 타고 나서 조리원에서 사람들이 놀랐었는데 둘째는 인형 발처럼 작았다 꽁꽁 쌓인 아기의 발을 일부로 들춰보며 앞으로 이 발이 내 발처럼 커지기는 할까 의아할 정도였다
그 작은 눈을 떠서 게슴츠레 주변을 둘러볼때 알았다 작은 눈도 감았다 떴다 할때 너무나 귀엽다는걸 이 아이는 사랑 그 자체였다
그런데 문득 첫째를 낳고 느낀 감춰왔던 감정이 되살아났다 유리벽에서 보여주는 갓난아기를 보며
네가 정말 있었구나...네가 정말 존재했구나
미안하다..라고 느끼며 울던 그때
임신이 내게 준 절망과 단절감으로 힘들어했던
내 안에서 잘 자라서 나온 아기에게 환호가 아닌
오열을 했다
모성애라는 것은 그 때는 없고 지금은 생겼던 걸까
난 원래 모성애가 없었던걸까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유리벽에 손을 올린 채 느꼈던 죄책감은
다른 얼굴의 모성애 였을까
그저 확실히 이야기 할 수 있는것은
갓난아기와 내 사이의 유리벽은 따뜻한 온기로
조금씩 녹아내렸다 둘째는 녹는 속도가 빨랐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