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육아합니다(10)
우울증은 갑자기 걸리는 것이 아니다
이런 말을 종종 들어왔다
'그 여자 우울증 걸렸대 어쩐지'
`우울증 걸려도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해'
우울증이 마음의 감기라고 해서 그런가
바이러스도 아니고 덜컥 감염되는것도 아닌데
무얼 그리 소근소근 자신들은 괜찮은 사람처럼
이야기 하는 걸까
난 어릴적부터 예민했지만 나 스스로 털털하고
마음이 강하다고 여기며 살아 왔다
그런줄로만 알았다
첫째를 낳고 심한 우울감에 몸부림 쳤지만
어떻게 이것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몰랐다
몸부림치며 피할 수록 우울감은 목을 조여왔다
'아무도 없다'라는 느낌에 아기와 함께 어디로 사라지고 싶었던것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 시절 나는 새벽까지 안자고 매일매일 하루도 신경이 곤두서지 않은 날이 없었고 마치 고문 같은 날들이 계속 되었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자고 깰 수 있는건 엄청난 행복이였다 아이를 낳기전엔 미쳐 깨닫지 못했지만
어찌어찌 잠들어 눈을 떴는데 아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원망스런 햇빛이 보이면 화가 났다 잠들면서 이렇게 꿈처럼 없어지고 싶었다
'왜 아침이 온 거지.. 왜..또 눈을 뜬걸까'
아이는 뭐가 그리 불편한지 크아앙하고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 분주하고 똑같은 하루가 흘러갔다 똥기저귀를 치우고 젖을 물리고 젖을 말리고 유축을 하고 대충 끼니를 때우고 아이와 나가고 걷고 들어오고 씻고 모든게 소모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일하며 야근을 하고 늦게 들어오는게 일상이라 겨우겨우 보고 주말만을 기다렸다 주말이라고 피곤 하지 않을리 없는 남편과 다람쥐통을 타던 나는 격렬히 싸웠다
우울증이란 이름을 인지 했던건 티비에서 우연히 명의 우울증편을 보고 나서이다
의사선생님이 진지하고 단호한 말투로 우울증은 저절로 좋아지는게 아니라 진료를 보고 약을 먹어야 한다는 말을 하시는게 아닌가
산책과 명상 독서 여행등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
고 완전히 나아질 수 없고 병행하면 좋다라는 내용이였다
우울증? 내가?
대치동 학원가에서 일하던 시절 만났던 동료 선생님이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남편은 한의사고
집도 잘 살았던 그녀는 아기를 낳고 병원 옥상에서 담배를 피며 이대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에 극단적인 생각을 하려고 했다 놀란 친구가 달려와 퇴원할때까지 잠을 안자고 지켰다고 했다
그땐 건강하지 못한 사람인가.. 하고 생각했던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고 풍족한 환경에서 어찌 그런생각을 하지? 하고 말이다
우울증은 바이러스로 인해 걸린것이 아니다
다시 한번 되새기며 절대 혼자서 이겨 내려 하지 말아야 한다 부끄러운것도 흉이 되는것도 아니다
물론 어디가나 뒷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있기에 속상할 때도 있었지만 그건 내가, 내 가족이 건강해지는 것에 비할 수 없다
그러나 첫째를 낳고 조금 나아졌다고 생각이들때 둘째를 이년 터울로 낳았고 우울증으로 힘들어 병원을 찾아 갔다 1년반 뒤 약을 끊으면서 많이 달라진 모습에 스스로 놀랐다
우울증은 뒤집어보면 내 마음이 어떻게 생겼는지
나는 어떤 것을 좋아하고 마음 편해 하는지
어떤 것이 그리 힘든지 무엇이 다른지
마음 속을 거울로 들여다보듯
나를 들여다보아야
나아질 수 있다
대부분 난 우울증이 아니라며 병원은 극구
사양하는것은 내 마음을 깊이 들여다 보는 것이
두려워서 일지도 모른다
'잘 다녀와 고생해'
회사에 눈이 올때나 비가 올때나 출근하는
나보다 어린 남편도 나보다 더 우울해 보였다
자유로운 새같던 사람이 부양할 가족과 나가야 할
회사가 생기니 감옥 같았겠지
'자기도 애들이랑 잘 쉬어 좀 자'
날 생각해서 아이들과 쉬고 자라고 하고 지친
걸음을 걸었겠지
남편이 현관 문을 닫으면
27개월아기와 갓난아기를 양손에 안은 채
우울증이라는 파도를 피할 수 없이 온 몸으로
맞이했다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그땐 원망했지만 돌이켜보니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