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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메로나 Aug 06. 2024

나를 육아합니다(11)

나도 모르게

유독 세 아이를 키우면서 성장했다고 오늘은

참 가슴벅찬 하루였다고 느껴지는 날이 있는가하면

애들보다 유치한 남편과 나의 부족함에 몸서리 치는 날도 있다 

오늘은 후자였다 


남편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둘째의 친구가 육지에서 와서 우리집에서 지내고 있었고 함께 세번째로 해수욕장을 가기로 했다

갈아입을 옷 수영복 물안경 각종 튜브와 구명조끼

잠자리채 수건들 아이스박스 등 짐이 많아 챙기고

있는데 이거 들고 가냐 이거 어딨냐 물어보고 툭툭 말을 퉁명스럽게 하는것이 자꾸 거슬렸다


남편은 무슨 일을 하든 긴장하면서 압박을 느끼게 하는편이라 난 종종 가슴이 답답해진다 뭐 그리 비장하나 전쟁나가나 싶은데 아직 싸고 있잖아

하고 기다리라 하니

'자긴 도움이 안돼 쓸모가 없어'

이러면서 왔다갔다 움직인다


난,

정말 짜증이 났다


말을 저렇게 하면서도 자기가 힘든일 궂은일 다 하려하는거 알지만 츤데레는 연애할때나 매력있지

40넘어서 무슨 얼어죽을 츤데레란 말인가

나도 그도 육아 전문가들이 키운것도 아니고

그의 블록과 나의 블록은 종종 삐긋거린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우아아아아하아아악!!!!!!

내 안의 짜증과 화가 벌떡 일어났다


남편에게

'난 안가도 되지? 그냥 안갈께'

하고 아이스박스에 시원한 물들과 얼음팩도 넣었다

  

'어 가지마 어차피 도움 안돼'

딸과 막내와 친구는 신나게 나갔다


혼자 남은 나는 사실은 맞는 말이지만 그런 말투에

몹시 불쾌했다 남편은 운전해서 30분거리의 바다에 가서 짐을 옮기고 파라솔을 펴고 아이들과 수영을 한뒤 다시 돌아오는 것이 녹록치않으니 마음이 급했겠지 그러나 머리로는 이해가가도 쉽지 않다  쓱 보니 첫째가 누워서 수업가기 전에 핸드폰을 보고 있길래 투덜거리며 뭐라고 잔소리를 시작했다 그땐 진지했는데 '잔소리'라고 바로 써지는거 보니 정말 쓸데없는 일이였나보다


그래도 의식의 흐름대로 투덜거리며 엄마 속상해서 안갔다고 궁시렁댔는데 아들이 엄마 갱년기냐며 커피 마시고 나가서 쉬라고 한마디 했다

'엄마 그냥 커피만 마시는거 아니야, 글도 써!'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워 보고 싶었을까?


'난 쓸꺼 없겠어?화내지 말고 나가서 하던 거 해'

15살 아들은 오늘은 귀여움이라곤 전혀 없는

쓴말 동거인 모드이다

너도 쓸것이...... 많겠지 왜 없겠어 나의 화는 작아지고 있었다


아침부터 의미없는 에너지 소모를 했다

같이 갔으면 아이들 예쁜 사진 찍어주고 같이

게도 물고기도 구경하고 옷입는거 챙겨주고

맛있는 점심먹고 돌아왔을텐데


남편의 말 한마디 때문일까

나의 예민함 때문일까

나는 오늘도 어리광을 부린걸까

44살인데 언제 철이 들까

( 우리 집 강아지의 표정으로 아들은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수치스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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