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먹기와 더불어 매일 저녁시간 우리집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 있었다 그것은 이닦기였다
첫째는 4살 가을부터 이닦는 시간에 울지 않았다
바꾸어 말하면 매일 그전까지는 이닦는 시간에 울고 끝나고도 30분동안 울기도 했다는 것이다
처음에 매운 느낌이 들었을까
칫솔의 느낌이 싫었던걸까
닦다가 입안의 상처가 난 부분이 생겼던걸까
말을 못할때부터 싫어했기때문에 왜 더 예민하게
된건지는 알 수 없었다
시중에 나온 온갖맛의 치약들과 직구로 구입한 치약들, 다양한 칫솔들로 즐거운 선택권을 주려했다
이닦기에 관련된 동화책은 나와있는건 모두 구입해서 읽어주고 칫솔로 책이나 인형에게 이를 닦일때는 즐거워 하기도 했다 어느날은 겁을 주며 다 썪으면 치과 가야한다고 무섭게 말하기도 했고
잘 했다고 칭찬도 수도 없이 했지만 유독,이닦기가 그리고 어려웠다
친정 부모님은 놀러 오셨다가 아이가 이닦다가 울고 불고 숨 넘어갈 정도로 발버둥치며 우는걸 보고 그냥 닦지말자고 포기 시키기도 하셨다
도대체 왜일까 니가 모를리 없어 넌 똑똑한 아이잖아... 이 정도의 불편함은 견딜 수 있어
아무리 어떤 방법을 써도 결론은 눈물과 발버둥이였다 어찌 그럴 수 있었을까
그런데 신기한 일이 생겼다
하루는 어린이 대공원에 있는 동물원에 갔는데
평소와달리 미대생들의 전시가 곳곳에 되어있었다
독수리 우리에 무섭게도 얼룩말이 독수리에 뜯어 먹혀 죽어있는 컨셉의 전시가 되어 있었는데 아이들이 보기에 무섭네 하며 남편과 지나가려 했다 아이는 도대체 왜 얼룩말이 저렇게 죽어있냐며 더 보고싶다고 의아해 했다
나는 별 생각없이
'이를 안닦아서 냄새가 많이 났나보다 우리도 이를 잘 닦자 아니면 독수리가 올지도 몰라'
하고 말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아이는 처음으로 칫솔을 가져와
먼저 이를 닦았다 눈을 질끈 감고 독수리가 올까봐 두려워하며 다 끝난후에도 꼭 안겨서 걱정을 했다
'걱정마 우리집엔 튼튼한 유리창과 문이 있어'
나는 아이를 품에 안고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 이렇게 하루 아침에 되는 일이였어?정말 매일매일이 전쟁이였는데 이게 말이 되는건가?
초보 부모였던 우리는 아이가 무서워하는 독수리를
종종 이용했다 또 안닦는다 싶으면 창문을 열고
독수리야 여기 이 안닦는 아이 있어 하고 부르는척 했다 좋지 않은 방법이였지만 몇년의 노력보다 효과가 있는지라 종종 그랬다고 고백한다 그리고는 이에 관련책을 읽어줄때 아이는 자신감이 넘쳤다
'나는 이 잘 닦는데~'
당당한 녀석을 보며 웃음이 났다
매일 저녁 혼이 쏙 나갈것 같이 발버둥치며 울고 불고 난리였던 시간은 그렇게 당황스레 종료가 되었다
망태 할아버지와 도깨비 이야기처럼
우리집엔 얼룩말 독수리 이야기가 있는 셈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