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메로나 Jul 16. 2024

나를 육아합니다(7)

약 한번 먹이는게 그리 힘들었다

여기 약을 먹으면 죽을 것 같이 난리를 치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야쿠르트에 섞어도,포도주스에

섞어도 알아차린다 어떤 회유도 통하지 않는다

참고 참고 겨우 먹다 토해낸다 울고 기침하고 소리

지르다 토해내고를 반복한다 이것이 첫째아이의

약먹기였다 예민했던 탓에 조금만 몸이 나빠져도

몹시 불편해했다 아이가 아픈걸 두고 볼 수도 없고 힘으로 제압해서 먹이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사약을 먹이면 이렇겠구나 하고 금방 이해가 갈만큼 그렇게나 온몸에 힘을 주고 한방울도 삼키지 않으려했다 그렇게 눈을 빛내며 이것

저것 영민한 녀석은 이 약에 들어 있는 성분을

자기 몸안에 최대한 들이기 싫은 듯 했다

아이가 아픈걸 보는건 너무 힘든 일이다 약을 거부하는건 참고 넘길 수 없었다 


다시, 15살, 오늘 우리집

제주는 어느 덧 장마가 끝나서 후덥지근한 밤이

계속되고 있다 뭐 그리 핸드폰을 보다 자고픈지

제발 시원하게 에어컨 켰으니 나와서자라고

부탁과 애원을 했더랬다

최대한 덤덤하고 상냥하게

'엄마는 네가 습한 날씨에 몸이 힘들까봐

걱정이야 시원하게 나와서 자렴 참견 안할께'

아들방은 창문형 에어컨을 설치할 수 없는

샤시라서 살기 좋은 이 집의 몇 안되는 단점중

하나이다


아들은 귀찮지만 시원하니 겨우 나왔는데

방정맞은 나의 신경은 아무리 모른척 하려해도

첫째에게로 쏜살같이 향했나보다

'음..핸드폰을 할 때는 너무 눈에 가깝지 않게,

선이 이렇게 꼬이면 잘 때 불편하지

 아.. 알았어 신경 안쓸께'

하며 아슬아슬 첫째와 편함과 불편함을 오가고

있었다


아무튼 동화책을 읽고

막내를 내 좌측에 첫째를 우측에 두고 자니

기분이 좋았다 7살 막내를 토닥이며 잘자라고

뽀뽀해주고 나니 첫째에게 미안해졌다

나는 돌아누워 아이 이뻐 우리 아들 하고

쓰다듬으며 자장자장하고 첫째를 토닥였다

첫째는 아으~하며 주섬주섬 이불과 배개를

들고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아...하...

나는 경계를 넘은 어리석은 짓을 했다

자장자장을 간만에 굳이 해주고 싶었을 뿐인데

녀석이 좋아할 줄 알았던 내 자신이 원망스럽다

돌아와 참견 안할께

첫째의 방문에 애처롭게 말해 본다




이전 06화 나를 육아합니다(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