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몰랐던 때로 돌아가본다
첫째는 다리힘이 좋아 잘 기어다니고 잘 서더니
8개월 3주차의 어느 날,
손을 떼고 걸음마를 시작했다
빨리 걸어서 좋은 줄 알았는데 모자나 보호대를
너무 싫어해서 넘어지는 날이 많았다
더욱 더 신경은 곤두섰고 아이는 날개를
단 것 처럼 신나게 여기저기를 누볐다
할머니들은 처음 보는 분이나 아는 분이나
아이가 더운지 추운지, 걷는지 못걷는지,
남자인지 여자인지에 관심이 많으신 편이다
아이가 빨리 걷기를 시작하자 대단하다며
16개월인데도 혼자 걷지 않는 손주 걱정을
한참 하시고 지나가시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일엔 장단이 있었다
예민하고 호기심이 많은 아이는 모든 곳을
열고 들어가보고 올라가 보았다 서랍등에
잠그는 장치와 보호대를 해놓았는데도
순식간에 곳곳을 열고 꺼내고 올라갔다
올라는가도 내려가는 것은 어려웠다
왜 올라가서 또 울고 있지 왜 그러는 걸까
아이셋을 길러도 유독 첫째만 그리 심했다
그땐 비교할 수도 없이 잔뜩 긴장한채로
쫒아다니기 바빴다
그러던 어느 날
머리를 겨우 감고 나와 머리를 말리려는데
아이가 울고불고 안으라고 야단이였다
잠이 오려는지 너무 울어서 머리만 금방
말리고 안아줄께를 반복하는데 다리에 매달려
울고불고 하던 아이가 순간 조용해졌다
아이는 아아악하고 울다 그대로 숨을 쉬지 않았다
아이의 얼굴은 약간 보라색 느낌이였고
드라이기를 내팽겨치고 안은 몸은 굳어가는
느낌이였다
비명을 지르며 남편을 불렀으나 씻고 있어서
듣지 못했다 119를 부르짖으며 아이의 몸을
주무르는데 아이는 갑자기 푸르르 숨을 쉬며 훌쩍거렸다 단 몇초였을 그 순간은 나에겐
지옥과 같았다
아이를 살피며 그 밤을 지새우며 겨우 아침을
맞이 했다 아이는 너무나 평온히 잠들고 일어나
평소와 같은 컨디션이였다 나는 혹시 무슨병
인건지 덜덜 떨면서 소아과로 갔다
어제 이야기를 하다 꺼이꺼이 울고 있는 나때문에 정신없으셨는지 선생님은 별일 아니라며 속마음을
살짝 비추셨다
'성격이 더러..아니 그런 아기들이 간혹 있어요
열경련과는 다른거니 너무 걱정마세요'
라고 하셨다
내 수명이 십년 단축된것 같았지만
아이는 무사했다
성격이 더러... 아니, 아니다
일단 말이 통할 때가 되면 이러지 않을꺼라
하셨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
참, 내가 하도 울면서 소리를 지르니 남편은 몸에 비누칠을 한상태로 나왔고 마침 아이는 숨을 쉬었다 그 때 이야기를 하면 에이 설마 하며
믿지 않는 남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