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의 15살은 찾아왔고 이미 중반인 7월이다
어제의 저녁 메뉴는 소고기 카레와 콩나물 국이였는데 국은 철저히 무시당해서 안 끓인
것과 같았다
'뭐야 카레 냄새인데?'
중2가 된 녀석은 딱 하나 다니는 학원에서 돌아와
나름 피곤함을 풍기며 다가온다
어 소고기 카레랑 콩나..
말이 끝나기전에 이상한 춤을 추며
'카레라면 참지 않지~'
하고 옷을 하늘에 뿌리듯 갈아입고는
많이 많이를 외치며 정말 많이 덜어간다
밥은 방에서 먹을 때가 많다
두 동생들과 엄마의 관심을 받기 귀찮기 때문
이다 식탁에서 먹으려 앉으면 어느새 어미는
흥분을 누르고 조용히 앉아 녀석을 보느라
신이 났고
7살인 막내는 장난감이나 만들기한것을 보여주고파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말문을 열고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는 오빠 오랜만에
보는 느낌인데 벌크업했네?하고 지나가려다
근처에서 맴돌고 있다
4년을 초등학교에서 남자 작은키 일번이였던
녀석은 어깨가 벌어지고 제법 멋진 체격을
가졌다
자기 발에 잘 걸려 넘어져서 축구를
잘 못했었던건 정형외과에서 평발이라고, 새가슴이 심해서 내내 걱정했던건 크면 티
별로 안난다고 하더니 어느 순간 나아졌고,
아랫니 부정교합으로 소아치과에선 통장 만들어
놓으라 했던건 간단한 교정으로,
문제들은 저마다 생겼다 사라지고를 반복한다
괜찮은건가 이상있는건 아닐까 하는 걱정과
염려들은 녀석의 두번째와 세번째 카레라면 참지 않아 노래 앞에 힘을 잃는다
세번째 리필인데 처음처럼
카레라면 참지 않지를 부르면서 나오길래
밥통 비었으면 빼놓아라 했더니
네 하고 코드를 빼놓았다
나의 걱정 콘센트도 함께 빠졌다
첫째라서 어려웠고 힘들었고 소중했고
화가 났고 이해할 수 없었고 감동이였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내 책임인것 같았다
아픈것도 조금이라도 부족한것도
녀석의 키는 나보다 훌쩍 커졌고
잇다른 벌크업으로 점점 팔이 두꺼워진다
공부는 안해서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동생에게 인구감소에 따른 나라의 변화와
경제를 설명하는걸 보니 잘 살겠다 싶다
나나 잘 크면 되는 것이 였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부족한것들과
내 감정들을 알아가면 되는 것이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