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그토록 버거웠음에도 너무 소중하고
예쁜건 어쩔 수 없었다 까르르 웃는 편보단
깰깰거리며 웃는 아이였지만 귀여웠고 잠들땐
이래서 천사같다고 하는구나 경이로웠다
뱃속에서 나오기까진 생명이라고 실감이
나지 않을때도 있었기에 병원 신생아실에서
마주한 아기는 너무 생경한 존재였다
남편은 더 했을것이다 그땐 무심하다 화를
냈고 매일이 싸움이였다 그러나 아이들이 제법
컸고 아직 어린 셋째를 대하는 남편을 보면서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땐 정말 두려웠겠구나
28살 당신은 하고 싶은대로 세상을 누비며
살고 싶은 열망이 강한 사람이였기에 정말 도망치고 싶었겠구나
이제는 그런 생각이 들며 기억을 용서한다
완전히는 아닐지라도
아기는 아이로 변하면서 그 예민함을
영민함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아기라기엔
습득이 아주 빨랐고 호기심이 많으며 새로
운 사람이나 공간에 가면 눈이 반짝반짝 빛
났다 사교육 강사로 일해온나는 이래서 엄마
들이 영재 영재 하는구나 처음 이해가 되었다
말이 빠르고 감정표현도 명확해지니
남편은 드디어 내 아들인가 실감이 나는듯
했다 아빠빠빠 하는 그 순간이 되서야 확실해
진듯 했다
그러나 아기가 아이가 되면서는 가르쳐야 할
것들이 많이 생겼다 나는 아이가 잘 크길
바랬다 세상의 엄마들 처럼 같은 목표가
생긴 것이였다
안되는건 단호하게, 칭찬은 과정을, 사랑을
표현하고 책을 어마어마하게 읽어주고
주말이면 매주 겹치지 않게 장소를 바꿔
걸어다니고 산책을 하려했다 내 생각이 맞는
듯 했다 이 아이는 책과 사람과 그 모든것에
흥미가 가득했다 내 몸은 따라가기 힘들었지만
그 답답하던 하루하루를 거쳐 나날이 아이는
성장했다
이제는 더 많은 것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눈이 반짝거리는 네가 양말을 혼자
못 신을리 없어 이렇게 영민한 네가 지금
이 장난감을 또 사달라고 누워 버리는게
잘못된 행동인지 모를리 없어 네가 이 상황을
이해 못할리 없어
나는 점점 단호해져서 소리지르며 반항하는
아이를 제지하거나 혼을 내거나 화도 내며
아이를 훈육한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잘 지낼
줄 아는 사람으로 커야했다 남들이 손가락질
하는 사람이 아니라 왜냐면,
'난 시간이 많이 없기 때문이야'
한번도 꺼내어 생각한 적 없는
저 깊은 곳에서 나는 목소리는
엄마처럼 나도 마흔이면 없어질 수 있으니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고 읊조렸다
그 불안은 아이가 아플까 혹시 잠을
자다가 숨을 못쉴까 내가 병에 걸릴까
나를 끊임없이 몰아 세웠다 나는 몸과
마음이 피곤해 아이에게 더 여유를 보이지
못했다
불안과 예민함은 절친한 친구였고
아이를 더 빨리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은
확고해졌다
내가 마흔이 되기전에 더 많은 것을 가르치겠어
아무리 힘들어도 널 위해서 해 보겠어
그땐 그 길 밖에 보이지 않았다
유일했던 그 길은 우리를 절뚝이며 맨발로
걷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