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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메로나 Jun 19. 2024

나를 육아합니다(2)

너의 눈을 보아도 알 수가 없었다

너의 눈을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알 수가 없었다

아기는 젖을 물고 세상 천사같은 표정으로

있다가도 갑자기 졸리거나 뭔가를 원할땐

고함을 치듯 비명을 지르듯 울었다

내가 예상하거나 감당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였다


방금 잠에서 깼는데 배고프다는 이유로 젖을

크아악 하고 물곤 했다 조리원에선 우리 아이가 예민하고 성격이 매우 급해서 힘들꺼라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주변엔 유독 순둥순둥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도

잘만 자는 아이가 있었다 잘먹고 잘자고 무던한

아이들 엄마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안고 업고, 난 너와 한몸은 아닌데 왜 이렇게

붙어 있어야 하는지

그나마도 머리카락과 목덜미를 만지지 않으면

잠을 자지 않았다 허리는 아프고 졸리고 머리카락과 목덜미를 만지고 잡아당기는

아기가 버거웠다 버겁다는 표현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너무나도 큰 고통이였다


도움 청할 부모님이나 주변인이 없는 상황

에서 너무나 예민한 이 생명을 꺼지지않게

그리고 성장까지 시켜야하는 일은 모성애

만으론 부족한 일이 

부모님도 시부모님도 더 힘든 상황에서도

아이를 키우셨으니 별거 아니라 생각하셨다

남편은  이 작은 아기를 먹여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에 심한 압박을 받았다

아기는 너무 작고 노력한다고 반응이 동일한

것이 아니다보니 남편은 어쩔 줄 몰라했다

자유롭게 살던 그는 나보다 더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아보였다


모성애, 부성애 없어서라고 몇마디로

정의할 수 없었다


왜 새벽까지 안고 토닥이고 있는데도 잠들지 않는건지

그 얇은 눈꺼풀을 종이 한장 만큼만 감고

애써 다시 눈을 뜨는지

그 작은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왜 신이 났는지

온몸으로 몸부림치며 왜 화가 났는지

눈을 가만히 보면 속마음을 알수있을것 같은데

알지 못했다


감기라도 걸려 아프면 말이 통하지 않으니

안겨서도 누워서도 허리를 활처럼 휘게하며 용을 쓰며 울어대는 아이앞에 절망했다 구토를 한 뒤엔 자기 손에 뭍었다고 손을 털어대서 벽과 여기저기가 오염되기도 했다 약을 먹이는것은

더 심했다 주스에 섞거나 노래를 틀면서 율동을 하며 먹이거나 보상을 걸거나 그 어느것도 아기를 완전히 받아들이게 할 수 없었다 둘째 셋째에겐 너무나 쉬운 약먹기가 그렇게 미칠듯 어려웠다


힘든거 알아 도와줄께 괜찮아

육아서적과 티비에서 배운 말을 읊어댔지만

거짓인게 탄로난듯 잠시 멈췄다 다시 난리가 났다

기분 좋을땐 기분 좋은대로

나쁠 때는 나쁜대로

내가 이해할 수 없어도 내 한계라는건 존재하지

않는듯 무시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아기를 바라보다 깜짝

놀랐다 아이는 내 모습을, 내 성격을 꼭 닮아있었다

예민하고 섬세하며 호기심이 많은 내 아기는 나를 쏙 빼닮았다 


나는 아기를 안고 힘듦과 짜증을 감추고 온화한 분위기로 자자고 하고 있었고 아기는 그것이 온전히 믿기지 않았을것이다


나는 나를 밀어내며 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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