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메로나 Jun 19. 2024

나를 육아합니다(1)

내가 누군가를 온전히 책임지는 것

20대까지 내 삶은 모두 나를 심으로 흐르는 듯

했다 공부를 적당히 잘하고 혼날일을 하지 않는

여학생이였던 나는, 엄마를 일찍 잃은 일을

제외하고는 겉으로는 그리 어려운 것이 없었다

예쁘다 예쁘다 하니 정말 그리 예쁜 줄 알았고

칭찬속에서 대부분은 순조로웠다

'난 정말 운이 좋아'

하고 스스로 감탄한적도 많았다


그러나 삶은 그렇게만 흘러가지 않았다

계획속에 적금을 하고 커리어를 쌓고 어렵고도

힘든 시간들 속에 도전하는 스스로가 대견했다

연봉 1억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일을 하며

27살에 9000만원을 적금으로 모았다

그때의 일과 9000만원이라는 내가 모은

돈은 나에겐 너무나 중요한 것이 였다


그토록 켜켜이 곱게 버터를 발라가며 쌓은 나의

커리어는 30살 나에게 찾아온 아기와 마주했다

나는 그저 어쩔 줄 몰랐다 연애로 6년을 만났던

지금의 남편은 심지어 2살이나 어렸다


정성스레 구운 5성급 페스츄리같던 내 커리어는

빠락빠락 울어대며 몸부림치는 갓난아이 앞에서

힘없이 바사삭 와사삭 부서져내렸다


와삭 바삭 부서질때마다 내 존재도 부서지는 것

같아서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누구에겐 축복이고 온전한 행복이였을 아이는,

나의 첫아이는 그랬다

나의 세상을 감싸고있던 유리벽은 내 아이의

울음소리에 무너지고 바스러졌다


나는 그 조각들을 부여잡고 아직 그 안에 있는

척을 하기도 했다 이 작은 아기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뀐것을 인정하기가 어려웠다


밤새 우는 아이를 안고 같이 울기도

어디가 아픈건지 응급실로 뛰어 가기도

안고 안아도 또 안으라고 쓰며 온몸에 힘을주고

우는 이 아기를 미워하기도 했다

그 일은 온전히 내것이였고, 도움을 받을 형편도

성격도 아니였다 그땐 무인도에 아기와 나만 있는

듯 했다


유리조각에 찔려 만신창이가 되었을지언정 이

아이를 살게 해야했다 나는 우는 아이를 데리고

매일 걸었다 8개월 3주에 걸음마를 시작할정도로

모든것이 빠르고 예민했다 그만큼 많이 다치고

무모했다 내 몸과 눈과 체력은 너무 부족하게

느껴졌다


때론 맨발로, 때론 양말만 신은 채로 신혼집이

있었던 석촌동 여기저기를 누렸다 아름다운

석촌호수는 그저 살기 위해 걷는 길이였고

벚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아기에게 했던

수많은 이야기들은 덧없는 혼잣말 같았다


어느 날, 그렇게 걷고 또 걷던 어느 날

아이와 나는 동료애가 생긴걸 느끼게 되었다

모성애보다 더 원초적이였던 듯

동료애는 아이와 나를 그 온전한 둘만의 고립에서

상쳐를 쓰다듬고 또 걸을 수 있게 했다


피할 수 없고 벗어날 수 없는 이 상황은

모성애와 아기라는 신성한 말앞에

드러낼 수 없었다 아기가 새벽에 모유 수유를

하다 급하게 물어 유두의 3분의 2가 들렸을 때도

병원에서는 한번뿐인 모유수유니 치료를 할지

그래도 좀더 먹일지 생각해보라고 했다 결국

4개월동안 참고 먹이다가 2년동안 습진에

시달렸다 브래지어도 티셔스도 진물때문에

벗을때마다 고통이였다


정말 모성애는 이 모든것을 감싸 안을수 있을까

이 상황을 못견디게 힘든것이 복에 겨운 소리인가

피할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데 끝은 있는것일까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결정할 수도 없는

이 길고 끝없이 두려웠던 하루하루는

그렇게 거짓말처럼 흘러갔고

아이는 어느 날 뒤뚱거리며 작은 손에 담긴

무언가를 웃으며 보여주었다


그것은 새로운 세상이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