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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메로나 May 17. 2024

그것은 그곳에 없었다(12)

이틀간의 이사로 얻은 것들


육지에서 제주로 이사하는데는 이틀이 소요된다

육지와 제주팀이 다르다보니 아무리 잘 한다는 팀에서 해도 소용이 없다는 말을 익히 들었었다


역시, 책상 다리는 부러져있고 철봉은 틀을 두고와서 다시 주문해야했고 버린다고 설명드렸고 엑스 표시까지 해놓은것들은 배까지타고 와서 버려지는 호사를 누려야 했다 도저히 안 들어간다해서 안방 침대도 버리고 왔는데도

아쉽지만 사람들의 말이 맞았음에 감탄했다

이상하게 화가 나지 않았다


배를 타고 와준 짐들이 반가웠다

반면, 겨우 이틀간만 내것이 아니였을 뿐인데

그 짐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추리고 선별하고 정리하고 나누고

팔고 버리고 고민했던 시간들이 아까웠다

그리고는 그렇게 힘들게 가져온 짐들을 일년간 일톤이상 버리거나 나누고 기부했다

미니멀리즘이라면 부끄럽지만 아주 작은

변화가 생긴것이 였다


어찌되었건 홀가분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적응을 못하면?

텃세가 심하면?

살기 힘들면?

집이 소음이 심하면?

남편이 매주 온다는게 정말 가능한가?

이 선택이 옳은가?


나와 주위 사람들이 나에게 던졌던 많은

질문들은 아직 맴돌았지만 일단 이사가 끝났다


이모와 사촌동생이 도민이 되었으니

바다를 봐야한다며 가장 가까운 바다에 데려갔다

10월인데도 너무 따뜻했고 마치 다른 세상처럼

노을이 아름다웠다


영화속 생의 마지막,혹은 처음일때를 소개하는 배경같은, 그런 색이 존재했는지 아주 오랬동안 잊고 살았던 것 같았다 그것은 소박하고 경이로웠다


남아있던 많은 걱정과 질문들은 모래알처럼 작아져 스러졌다

이 바다의 이 모래는 이 돌들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기에

나도 모르게 이게 바로 삶이란 생각이 들었다

목늘어난 티셔츠에

정신이 없어 썬크림도 못바른 맨얼굴이지만

웃음이 났다


이날 찍었던 내 얼굴 사진은 촌스럽지만

너무 행복해보인다

그렇게 제주 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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