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메로나 Jul 18. 2024

미주신경성 실신(7)

메아리처럼 울려퍼진 나의 정체성

남편의 끊임없는 탈출 시도의 한꺼풀이 벗겨졌다

담배였다 담배가 생각났던 것이였다


담배를 피지 않는 나는 전혀 알길이 없었지만 그는 무척 간절했는지 탈출을 계속 시도 했다 불편하다고 소변줄도 무엇도 빼라하고 최소한의 링겔만 꽂고 있었는데 자꾸 도망을가니 믿음직한 간호사 선생님들도 화가 났다

이러면 묶는 방법뿐이라니 나도 겁이 났다


'괜찮아 내가 옆에만 있게 해줘'

'방해 안할께 걸어 다니자'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래'


남편은 따라오지 말라며 엘레베이터에 따라 타는

나에게 욕을 퍼부었다 엘레베이터에 있던 사람

들은 영문도 모른채 얼어붙었고 나는 문이 닫히고 1층으로 재빨리 뛰었다 남편은 링겔이 있어서 빨리 이동하진 못했으리라 다행히 바로 저 앞에 있었다


혹시나했는지 힐끗 돌아본 남편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질색을 하며 좀비라도 본 듯 빨리 이동했다

'오지마 오지말라고!!!'

남편은 목청껏 소리지르며 남자화장실로 들어갔다


나는 울며 안전요원 청년에게 조용히 부탁했다

'제발, 도와주세요 ...아이들 아빠인데 머리를..

머리를 다쳐서....누워 있어야 한대요 뇌압이 높아서'

그 당시 잦은 야근과 회식으로 90킬로 였던 남편이

쉬워 보일리 없었다 젊은 안전요원은 우물쭈물하다

팀장님께 도움을 요청해 보겠다고 했다


그 와중에 남편은 링겔을 끌고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그 사람 많고 복잡한 종합 병원 일층에서

재빨리 탈출하기는 쉬운일이 아님을 깨달았을

것이였다 머리가 또 아파오는지 머리에 손을 대고 인상을 썼다 뇌압이 증가할까 두려워서 병실로 데리고 가야했기에 나는 남편쪽으로 뛰었다


남편은 자신의 주변 안전요원에게 허둥지둥 다가가며 큰 소리로 말했다


'도와주세요! 미친년이 쫒아와요!!'


그 순간,

그 복잡한 종합병원 1층

사람들이 저마다 분주하던 그 시간

200명 가량 있었을법한 그 곳에서

잠시 시간이 멈춘듯 주변이 고요 했다

다행히 금새 다시 시끄러워 졌지만


나는

내 정체성을 확인 했다

메아리처럼 그의 목소리는 내 귀에서 울리고 있었다


나는 미친년이였다





이전 06화 미주신경성 실신(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