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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메로나 Aug 12. 2024

미주신경성 실신(8)

불안함은 계속 된다

모든 이야기를 쓸 수는 없다

그저 불안하고 무서운 순간들은 계속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었이 있을까

남편이 욕과 궁시렁거림을 멈추고 잠을 자면

좁은 간이침대에 누워 미주신경성 실신을 검색했다

온갖 자료들을 며칠간 보고 또 보고 뚜렷한 치료나

약이 어렵다는걸 알게되었다

아이들이 혹시 이런 성향에 영향이 있을까 두려워 뇌에 관련된 책을 주문했다 제정신이 아니였지만 남편이 자는 동안 많은 정보들을 알게되었다


'카운터 쿡이라고 하는데요 넘어지면서 몸무게가 가중된 충격이 뒷통수에 가해지면서 오히려 앞에 반동으로 충격이 가해집니다 전두엽과 측두엽의 부분소실로 이성적 사고가 힘든 상황이에요'


남편은 기억과 미각을 잃었다 그래도 정말

다행히 7년이 지난 지금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

 안되는 독자들의 막힌 속을 위해 미리 스포한다


하지만 전두엽은 잃어버린 만큼 티가 났다

여전히 아는 언어는 아무거나 말해도 보고

궁시렁 거리거나 욕을 아무때나 했다


그땐 몰랐다 

그도 너무 무서웠겠지

문득 뒤섞인 기억이 지나갈 때

울고 있거나 슬픈 표정의 나를 볼 때

불안함은 나만 느꼈던게 아니였을테지 

자신이 누구인지 왜 여기에 있는지

너무나 불안했겠지


그땐 냄새를 못 맡게 된것에 대해 큰 생각이 없었는데 음식 냄새가 무척 비위상하는 느낌으로

다가 오고 무얼 먹어도 맛이 이상해서 너무 싫었다고 나중에 남편이 이야기 했다

그 당시엔 몰랐기에 자꾸 나가려는 남편을 막으려

바나나와 스낵들을 옆에 두었는데 궁시렁 거리며

입맛이 없다더니 옆에 바나나 껍질 두개와 과자 껍질들이 있는걸보고

'잘 먹고 있구나'

하고 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밤이 되면 그의 탈출이 시작되었다

밤이 되면 자꾸 집에 가야한다고 몰래 나가는

그를 붙잡고 아버님이 고생을 하셨다

나는 보안팀장님께 고개숙여 손을 모아 부탁드렸다

아이들은 4살 6살이고 남편은 아이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들으시고는 눈물을 한참 흘리셨다

 

'걱정마세요 제가 절대 새벽에 못나가게 단속하겠습니다 아이들에게 다녀오세요'

눈물을 훔치시며 며칠동안 나가지 못하도록

직원들에게도 전달하셔서 새벽에도 정말

지켜주셨다  남편이 무서운 남자 말은 듣는게 신기했다 그 와중에도 직감으로 아는것 같았다


그땐 너무 정신이 없어서 그 고마운분께 무엇

하나 사다드리지도 못했지만 함께 울어주시고

걱정 말라 해주신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그분의 삶이 평온하고 행복하길 진심으로 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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