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메로나 Aug 26. 2024

미주 신경성실신(9)

회사에서 보낸 불청객

남편이 과로로 쓰러졌고 가족들을 못 알아본다는 보고가 들어가자 회사의 팀장은 여러가지로 머리가 아팠나보다 단 한번 전화를 해서 사실 확인을 하더니 어느 정도인지 확인 할 사람을 보냈다


스윽..

키가 185쯤 되보이는 남자가 멀끔하게 옷을 입고

들어와서 쮸뼛거리며 말을 건다

보자마자 아 그 사람이구나 일머리가 없어서 남편이  답답해하던 그 사람! 하고 알아차렸다

걱정이나 공감따위는 없는 현장 확인용 말투로 누워있는 사람에게 괜찮은지 묻는다

남편은 ***님 저 옆에 여자는 패션센스가 없으니 이야기하는거 듣지마세요 하고 눕는다


일머리없는 그 남자는 처음봤지만 두번 다시 보고싶지않게 입을 가리며 '호옥' 하고 소리를 낸다 "왜 저러죠? 돌아온다고 하나요?"

"네 일시적인 충격이래요 몸은 괜찮고 시간은 좀 걸릴거라네요"

언짢았던 나는 서둘러 대답하고 남자를 배웅했다 그 일머리없는 남자는 이 상황이 소름끼친다는 듯 엘레베이터에 서둘러 탔다 남편이 그런말을 할 때 편을 들어줄껄. 그 남자흉을 보길래 남한테 뭐라 하지 말고 자기나 잘 하면 된다고 했는데 그냥 같이 욕해 줄껄 남들이 다가고 싶어하는 그 대학 수석 졸업인데 엄마가 아직도 다 뒤치닥거리 해주는 그 한심한 인간 나도 같이 답답한 인간이라고 해 줄껄


엉엉 울며 병실로 가는 복도가 한없이 길었다

"왜 그렇게 밤낮없이 열심히 했어! 이것봐!!

 회사가 다 뭐야 나쁜 놈들 진짜 걱정해서 온게 아니야 그럴 필요 없었어 밥먹을 시간 줄여가며 일만 할 필요 없었다고"

엉엉 우는 나에게 남편은 여전히 궁시렁 거렸다 아버님을 꼭 닮아 일중독이였던 남편이 한없이 미웠다


"여보 우리 제주도가서 삽시다 다 필요없고 건강하게 산도 바다도 보며 삽시다"

나는 울다 지쳐 조용히 중얼거렸다 왜인지 모를 존대말에 남편이 진정이 된걸까 쓰러진 후 처음으로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 그러자 팀장한테 때려친다고 하고 우리 제주도에서 살자, 그러자"


정신이 이제 돌아온거야?

이제 우리 아이들도 다 기억나지??

남편은 무슨 헛소리냐며 또 욕설과 궁시렁거리기를

시작 했다


잠시 빛이 반짝거렸다가 어두운 10층 아래로 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이 암흑 속에 나와 그, 단 둘이였다



이전 08화 미주신경성 실신(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