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나에겐 너무 힘든 책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와 '소년이 온다'는
침대 근처를 전전하며 그들의 시간을 보낸다
용기내어 읽어 보자 했다가도 덜컥 그 안에
빠져들까 두려워 몇장을 넘긴 것에 깜짝 놀라며
서둘러 닫는다
나는 그 슬픔과 분노를 절망을..
차마 단어로 성형하지 못하는 그 파동들을
마주할 수 없을것 같아서
그러나 엄마와의 전화 이후 심란했던 내게
계엄령과 광화문을 또 다시 가득 매운 사람들과
15살 내 아들을 꼭 닮은 우리의 군인들을
보는 것은 개인적인 고통을 잠시 잊게 해주었다
고맙지만 고맙지않은 방식으로
너무나 잔인하고 폭력적인 계엄령 앞에
같은 인간이라는 종족임을 분노하고 원망했다
남편은 발령으로 이미 외국에 나가 있는 상황
나는 짐을 싸고 하루하루 남은 일들을 정리 하고
있는데 한달도 남지 않은 이 시점에 광화문으로
다시 가는건 부끄럽게도 너무나 힘든일이였다
작별하지 않는다라도 꺼내어 읽어야했다
잔혹함을 견디느냐 마느냐는 이미 잊었다
심호흡을 하고 곁눈질로 읽기 시작했다
빠져 들었다는 걸 느끼게 된 47페이지에는
화들짝 놀라 그 끝을 살짝 접어 놓고 망설였다
하지만 이미 난 그 안에 서 있었다
한강 작가는 친구에게 향하는 여정에 나를
동반했다
그녀의 신경을 바늘로 찌르는 그 순간에
콩죽을 먹고 잠시 웃음이 맴도는 그 곳에
아미와 아마의 온기를 느끼는 그 때에
눈밭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있는 동안
나는 불편하지 않게 그 안에서 그녀의 동반자가 되어 그녀와 함께 머물렀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이내 편안해졌다
움찔거렸지만 보고싶었다
4.3을
이 아름다운 섬을
절망과 힘없는 사람들의 합동무덤으로 만든것도
모자라 낙인을 찍어 평생을 손가락질 당하며 원망속에 살게 한 그 모든 것을
이 제주의 사람들도 외면하고 싶은 그 사실을
반드시 떠나기전에 보고 싶었다
책의 끝에 비로소 숨을 한번 크게 쉬고
덮기 전에 이상한 안도감이 나를 감쌌다
그녀의 손이 쓴것이 아닌
그녀가 아무도 없던 무거운 눈길에
그녀의 발자욱을 내는 것처럼
한걸음 한걸음 내딛은 그녀의 모든 시간에
내가 다른 시간이여도 함께 있었다는
그 사실이 감사했다
그녀를 지킬 수 있던 것이 나였던것 처럼
그 책을 읽어야 그녀를 지킬 수 있는 것처럼
많은 이들이 집안에서 침대에서
계엄을 지켜보며 분노할 수 있었던 건
어찌보면 축복이다
광주는, 제주는 , 그리고 수많았던 그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게 모래에 쓸려갔던 그 많은 시체처럼
아무도 지켜봐주지 않는 절망을 오롯이 그 안에서만 느꼈을텐데
한강작가는 그들을 힘없는 두팔로 안지 못해도
그 안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고 알리고 싶어서
그들의 처절한 피와 외로움을 우리가 보고 있다고
그분들께 나지막이 읊조리며
그들 곁에 서 있었음을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서야 그 따뜻함을 알게
되었다
지켜보는 것도 힘을 준다
외면하지 말고 동참하고
동참할 수 없다면 지켜라도 보는 것이
조금이라도 인간다운 세상으로
우리를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