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이였다
간만에 오신 부모님과 함께 해수욕장에 갔다
엄마와 막내가 해수욕장에서 스노쿨링을 하는 사이에 아빠와 나만 텐트에 앉아 있었다
부실한 텐트였지만 제주의 태양을 살짝이라도 막아준다면 무엇이라도 펴놓아야 했다
"엄마도 잘 하네"
"힘들지도 않나봐"
"나와서 음료좀 마시고 쉬다 놀아"
별 내용 없는 말들이 오갔고 그저 허허 웃으며 노는걸 지켜보는 아빠는 그럭저럭 편안해 보였다
이때였다 지금은 물어볼 수 있을것같다
"아빠
우리 엄마는 어떤 사람이였어?
엄마가 빠다코코넛 좋아했던거랑 내가 피아노
치는거 좋아했던거 말고
엄마는 어떤 사람이였어? 좀 말해줘요"
아빠는 예전엔 호랑이와 같이 빛나던 그눈을
슬며시 떴다 사뭇 놀랐는지 순간 말이 없었다
"아빠 말 좀 해줘
난 여기와서 살면서도 엄마에 대해서 아는게
없단 말이야 그러니까 아빠가 말해줘 엄마가
몇년생이였지?"
아빠는 그정도는 대답할 수 있다는 듯 엄마가
...하고 운을 띄웠다 오십몇년이더라 그러니까
엄마가 ... 아빠가 망설이는걸 보자 나는 몇년생인지도 기억을 못하다니 실망했다
하지만 정작 놀란것은 아빠 자신이였다
아빠는 허허 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그 부실한 텐트를 떠났다
"아빠 더워 어디가?"
아빠는 돌들과 모래사이로 허허 웃으며 사라졌다
"말해주고 가"
"아빠 가지 말고!"
나는 집요했다
한번은 그렇게하고 싶었기에
분명 몇번은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다
자라면서 왜 엄마가 아팠는지
엄마가 왜 돌아가시게 되었는지
하지만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무얼 좋아했는지
어떤 책을 읽었는지 무슨 과일을 좋아했는지가
이렇게 알기 어려운 일이라니
잠시 화가 났지만, 혹시 딸이 또 물어볼까봐
물고기처럼 발버둥치며 바다쪽으로 서둘러 도망가는 아빠에게 웃음이 났다
피식 웃으며 뒤돌아 선 순간
아빠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내가 제주에 와서
엄마는 어떤 사람이였지 궁금해 하는 것도
이 바람과 햇살에 미소 짓고 찌푸리는 것도
글을 쓰고 커피한잔에 나를 위로하는 것도
아빠에겐 할 수 없던 시간이였구나
그저 세 자식과 부인을 위해
일하고 일하고 술 마시고 밥을 먹고 자고
일하고 일하고 술 마시고 밥을 먹고 자고
80이 되도록 그렇게 지냈구나
치유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이
그저 흐르는 시간을 살아냈구나
꺼낼수도 들여다 볼수도 없는 기억들을
상자속에 욱여넣고
그저 돌같은 밥알을 소처럼 씹으며
매일 5시반 그렇게 똑같은 하루를
살아냈구나
내가 펴놓은 부실한 텐트처럼
가족을 위해 그 무엇이라도
세상의 뜨거운 태양을 막아준다면
내 몸은 괜찮다며 그저 하루하루 살았던
위대한 아버지 어머니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