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을 걸어보자
찌뿌둥한 지구 반대편의 아침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름다운 새소리로 가득했다
그냥 짹짹이 아니라 못들어본 목소리의
새들의 노래가 피곤함에도 듣기 좋았다
남편을 배웅하고
이제 우리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8년동안 실내에도 배변을 할 수 있던
9살 개는 비행이 너무 힘들었는지
절대 집에는 배변을 안하려해서
어쩔 수 없이 이른 아침부터 나가기로 했다
깨끗한 거리와 달그락 거리는 식기의 소리들
커다란 개들과 운동복을 입은 사람들
미라플로레스 주택가는 그 명성 답게
걷기 좋았다
보통 페루하면 마추픽추를 떠올리지만
마추픽추가 있는 쿠스코에 가려면 한시간 반을
리마에서 비행기를 타야한다
리마는 우리 나라 여행자들에겐
잠시 들려 세비체를 먹고
사랑공원과 케네디공원을 들려 사진을 찍고
물가가 비싸서 2일 이하로 머무르면 된다는
인식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어디에서 살더라도 어디를 가더라도
관광지엔 관심이 별로 없는지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네 골목을 샅샅이 걸어보기로 했다
3분도 안걸었는데 바로 다람쥐를 발견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포식자가 없이 사랑 받다보니
점점 개체수가 늘어나 골치라는 녀석이였다
며칠 전, 8살이 된 아들은 잔뜩 긴장해 있다가
개들도 보고 다람쥐도 보자 행복해 했다
사실 나는 알파카와 리마가 동네에 한두마리라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제주시 노형동에서 살면서 말이 왜 길에 없지..
하고 의아해하는 것과 같은 것이란 걸 금새 알게
되었다
초여름의 신선한 공기와 비가 잘 안내리는지라
산뜻한 이 습도는 제주의 그것보다도 즐겁게
느껴졌다
동양인은 찾아보기 힘들었기에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뜨거운 시선이 느껴지기도 했다
곳곳의 나무들과 건물들과 사람들을 보느라
나갔던 정신이 좀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커피를 마시고 싶은 간절함으로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억지로 몸을 깨우고 싶지 않아
포기한것이 아쉽긴 했지만